본문 바로가기

먼지가 풀풀 날리는 그런 책방일지도 모르지만

반응형


닳고 오래된 종이냄새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크레페와 핫케이크로 멋진 점심을 끝내고 난 뒤 내가 간 곳은 오래된 중고 서적을 파는 책방이었다. 서점이라고 하기보단 '책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법한 이곳은 역시나 산책을 하다가 발견한 곳으로, 빳빳한 새책들이 즐비한 곳과는 달리 끝이 닳고 오래된 종이냄새가 나는 공간이다. 


핫케이크는 이곳에서! :http://sinnanjyou.tistory.com/105





책은 알파벳 순서대로 놓여있다


그렇지만 다 영어인지라 눈이 핑핑~


다양한 책 속에서 어떤 걸 골라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한 장면이 문득 그려진다. 책을 고르다가 건너편 책 사이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거나, 아니면 우연히 같은 책을 손에 잡는다거나. 물론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상상만으로도 발그레해지는 그런 풍경이 아닌가. 이 책방은 그런 러브스토리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 재미난 이야기가 책 사이사이에 숨어있을 것만 같은 그런 곳.





아무렇게나 꼽아둔 것 같지만,


이것이 은근한 매력!


자주 봐 오던 그런 서점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 빳빳한 새것의 책은 한 권도 없거니와 삐뚤빼뚤 정리되어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려야 할지도. 아무래도 여기서는 그냥 어떤 책을 찾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을 하러 오는 거다. 







딱딱 떨어지는 일정한 규칙도 없이 어떤 곳은 가로로 어떤 곳은 세로로, 어떤 곳은 세워두거나 어떤 곳은 눕혀두거나 책들은 그렇게 자기가 편한대로 놓여 있다. 이 속에서 뒤지고 뒤져 찾아낸 책은 말 그대로 '보물'을 발견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이런 책방의 매력은 사다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을 낡은 의자


이곳과 참 잘 어울리던 외국언니(!)


사다리도 테이블도 의자도, 그리고 책이 꼽혀있는 책장까지도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과거의 추억을 불러낸다. 방학 때마다 제집 드나들듯이 갔던 초등학교 시절의 도서관과 한창 판타지 소설에 눈이 번뜩이던 중학교 시절의 자그마한 학교 도서관이라든지. (대학교 때는 과제로 자주 갔던 듯;) 온라인 서점에서의 구매가 늘어난 지금에서는 그런 추억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문득 들었다. 





책갈피에서도 책방의 분위기가 물씬~


오늘은 책 한 권쯤은 꼭 사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빈손으로 책방을 나선다. 구경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고, 막상 내가 손에 집는건 동화책이고. ^^; 늘 다음번엔, 다음번엔.. 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언제 가도 이곳은 늘 그대로인 느긋한 매력이 있어 사지 못해 아쉽다거나 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그런 책방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그래서 좋은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