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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안해. We're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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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현관문 앞에 종이 2장이 놓여 있었다. 평소 우리는 차고 문을 통해서 오가기 때문에 이 문을 이용한 적이 없어서 뒤늦게서야 발견했던 거다. 종이는 큰 글씨로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무엇이 미안했던 걸까.






이 종이는 페덱스Fedex에서 두고 간 것인데 한국에서 선배가 보내온 책의 배달로 찾아왔다가 부재중인지라 전할 수 없었다는 말과 함께 3번까지만 배달할 테니 알아둬라(?)라는 내용이었다. 내 이걸 두 장이나 놓고 간 것을 보아 헛걸음을 두번이나 한 것인데, 아무리봐도 오기 전에 전화하는 한국의 택배서비스는 참 대단한 게 아닌가 싶다.






일을 가는 시간과 배달시간이 겹쳐 어떻게 받을까 고민했던 것도 찰나, 뒤를 읽어보니 다행히도 사인과 함께 집의 어느 위치에 두면 될지 표시하는 부분이 있었다. 후에 종이를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려두면 배달기사가 확인 후, 우편물을 두고 가는 것인데 분실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한글로 적힌 책이다 보니 분실의 위험은 절대 없으리라 판단하고 앞문, 뒷문, 옆문, 기타, 옆집 중 기타를 선택하고는 '차고'라고 적어두었다. 







다음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차고 안에 책이 도착해 있었다. EMS로 물건을 몇 번 받긴 했었지만, 이렇게 서류봉투에 무얼 받아보는 건 처음이다. 별개로 이런저런 영어로 도배 된 페덱스 서류봉투가 마음에 들어 무언가 디자인을 해 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직접 해외배송을 선택해서 선배가 보내 온 이 책의 배송료는 16,500원. 책 가격이 11,7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이것은 뭐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상황인데, 그럼에도 '보고 싶은 책'이란 한 마디에 처음으로 해외배송을 시도해 주신 성호호 선배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럼, 내가 그 큰 배송료를 감수하면서도 보고 싶었던 그 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것. 사람에 따라서 반응은 제각각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책이 읽어보고 싶었다. 안철수의 생각이 무엇이길래 책 한 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좌지우지 되는지. 책은 일하러 오고 가는 차 안에서 금세 읽었다. 비싼 배송료를 내고 볼만큼의 가치가 있었달까. 


나중에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 하도록 하고 어쨌든 미안하다며 그들이 남기고 간 종이로 한국에서의 택배를 잘 받을 수 있었기에 나는 고맙다고 말해야 할 판이다. Thank you. 참, 한 가지 덧붙이자면 책은 인터넷 주문해서 우체국 ems를 이용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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