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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만난 외국친구의 요리, 인도총각 이브라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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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처음 먹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다. 그것도 평소 잘 먹던 '재료'가 아니라면. 
호주에 와서는 그런 음식들을 먹을 기회가 제법 생겼는데, 첫 쉐어메이트였던 인도총각 이브라힘의 카레가 그러한 음식 중의 하나다. 일명 리얼 인도 카레. 한국의 '3분 카레'나 일본의 '건더기는 어디 있나요' 카레와 비교하면 묵직한 그 맛. 




이브라힘 자신이 '할 줄 아는 요리가 그다지 없다'고 말한 것처럼 함께 사는 동안 그가 만들어 준 인도요리는 '양카레', '소고기카레', '닭카레' 정도. 양념도 똑같고 조리법도 똑같은 그의 카레는 메인으로 들어가는 고기의 종류만 달랐을 뿐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했는데 문제는 제법 맛있다는 거다.




물을 넣고 카레 가루를 풀어서 끓이는 방법하고는 다른 이브라힘만의 카레는 압력솥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치익치익하는 김빠지는 소리를 8번은 들어야 완성이 되기에 조리시간이 늘 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가 카레를 맛보게 될 즈음에는 배가 엄청나게 고픈 상태에서 먹었기에 '그래서 더 맛있는 것 같다'라고 장난삼아 얘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냥 먹어도 맛있다.




그런데 사실 처음 먹어보는 카레들 보다 나를 더 곤혹스럽게 했던 것은 바로 '쌀'이었다. 한국의 쌀과는 다른 풀풀 날리는 느낌의 이 쌀은 일명 태국 쌀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한국의 쌀알과 비교하면 길죽하고 얇아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마력의 쌀이었다. 게다 먹는 느낌만큼이나 적응이 안되던 그 노릿한 쌀 냄새는 난감 그 자체.




그래서 처음엔 이 밥을 되도록 조금만 퍼서 먹곤 했다. 그렇게 조금조금 먹어가며 몇 번 카레를 먹다 보니 어느 순간 노릿노릿하게 느껴지던 향기도 구수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쌀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이브라힘이 양파를 넣어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을 때는 양파의 달달한 맛과 구수함이 섞여 아주 맛있는 밥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한가지 눈치챈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도 사람들은 모두 '힌두교'라서 소고기 못 먹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브라힘은 이슬람교로 돼지고기를 제외한 웬만한 고기는 다 먹을 수 있었다. 다만 '할라(의식을 갖춰서 도축하는 것이 다르다)'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판매되는 고기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점! 




만드는 과정이 꽤 번거로웠을 텐데도 늘 열심히 만들어 주던 옆방 총각 이브라힘의 카레. 길죽하게 생긴 쌀을 먹어 본 것도 이 때가 처음, 양을 먹어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다시 먹으려고 해도 먹을 수 없는 이브라힘의 카레 사진을 보고 있으니 문득 그와 함께했던 쉐어생활이 다시금 떠오른다. 언젠가 또 만나자! 이브라힘! 그리고 리얼카레. ^^


덧_ 며칠 전에 이브라힘에게서 전화가 왔다. 헤어지기 전에 다 같이 저녁식사를 한 '난도스'에 가니 우리 생각이 나더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음식이란 '추억'을 간직하는 위대한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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