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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동네카페는 참 좋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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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사를 왔지만, 멜번에 와서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은 멜번 북쪽에 있는 'Coburg'라는 동네였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이슬람 계열의 가게들과 사람들이 많았던 이곳은 멜번 중심부와는 또 다른 느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딱히 동네 구경을 다니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장을 보러 다녀오던 길에 발견한 카페는 이사 온 지금까지도 무척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던 곳이다.

간판 하나 없던(물론 이름은 있겠지만) 카페. 냉정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근사하던 카페 주인아저씨와 밝고 즐거운 스텝들. 멜번이 커피로 유명하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우리 동네에서도 괜찮은 카페를 발견하고 나니 그 이야기가 더 와 닿더라는.




카페는 간판이 없다. 이름은 있었는데, 쉬운 이름이 아니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길가에 있는 빨간 의자 카페라고 우쿠와 얘기를 나누었을 뿐. 어떤 날은 덥고, 어떤 날은 쌀쌀해서 카페 밖의 이 빨간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셔본 적은 아쉽게도 없다.




카페는 작고 아담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제법 큰 곳이었다. 처음에 갔을 땐 문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밖의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셨는데 다음에 갔을 땐 뒤쪽 창가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카페를 둘러볼 수 있었다. 주말 오전이라 아직 많은 사람으로 꽉 차지는 않았었지만 그래도 사람은 제법 있었다.




혹시나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멜번은 시티 중심에 유명한 카페 골목이 있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 동네 카페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사실 커피 초보인 나는 편의점에서 파는 1달러 커피맛과 큰 차이를 못 느끼고 있지만.^^;;




오전에 간지라 아침 메뉴(11시까지 판매되기에 브런치 메뉴라고 해도 좋을)에서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염소치즈 goat's cheese가 들어간 음식과 핫케이크를 카푸치노와 함께 선택했다. 가격은 각각 14.5달러, 13.5달러, 3.5달러. 워홀러가 먹기엔 조금 비싸고 한국에 있었다면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 가격이었다.




여행기를 쓰는 것만큼이나 그 감상을 적기가 어려운 맛 평가. 소믈리에가 아닌지라 괜찮은 미사여구로 표현하지도 못하는지라 '맛있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랄까. 호주에 와서 요리에 한층 더 관심이 생긴지라 이렇게 카페에서 먹은 음식들은 나중에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 음식은 그 정도로 맛있었다. 내가 재현해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커피와 음식의 맛도 좋지만, 이 동네 카페의 매력은 대놓고 멋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언가 하나로 통일성을 가진 인테리어도 아니고 놓인 소품들도 제멋대로이지만, 그 꾸미지 않은 맛이 동네 카페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무료 와이파이가 될 일도 없고, 푹신한 소파가 있지도 않지만 지나가다가 커피 한 잔 시키고 어설픈 영어로 인사하는.. 이게 바로 이름 기억나지 않는 길가에 있던 동네카페의 매력이었다.


음. 그나저나 이사 온 동네에서는 아직 이런 카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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