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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에서 구르고 구르며 서핑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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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기 좋은 계절이다.
겨우 서핑 딱  해보고서 무슨 서퍼라도 되는 것 마냥 글을 시작했지만, 
요즘같이 후끈후끈 달아올라 당장에라도 물가에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 욕구를 느낄 때만큼
딱  배워 온 그 '서핑'이 다시 하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없는 거다.

골드코스트에서 우리가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지금까지 방문하지도 해보지도 않은 것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서핑 배우기'였다.
골드코스트 앞의 바다를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라고 일컫는 것엔 다 이유가 있는 법.
보슬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잔뜩 흐린 궂은 날씨에도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얼마나 많던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서핑이 그렇게 신이 나 보일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두 손 꽉 쥐고 우리도 파도에 달려들었다. 기다려라, 내 너를 정복해 보리라!




서핑을 배우기 위해 우리가 찾아간 곳은, 서퍼스 파라다이스 바로 앞에 있는 'Go ride a wave' 이름의 서핑스쿨.
사실 학교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래 봐도 1987년도에 만들어져 
퀸즈랜드주와 빅토리아주를 합쳐 9곳에 있는 제법 큰 곳이다.

최근에 방영된 케이블 채널 QTV 리얼메이트인 김영광&홍종현 골드코스트편에서 그들이 서핑을 배운 곳도 여기.
(훈훈한 모델들의 서핑하는 모습이 참 훈훈하더라는.)




서핑 레슨을 신청하는 방법은 직접 예약을 하거나, 우리처럼 인터넷으로 하거나 편한 대로 고르면 되지만,
역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진다.
하루치기로 약 2시간 정도의 수업을 듣는 비용은 80AUD(호주달러), 인터넷에서 예약하면 65AUD다.
1회, 3회, 5회, 개인레슨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니 좀 더 확실하게 서핑을 배우고 가고 싶은 사람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될 듯.
레슨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오후 2시에서 4시로 하루에 총 2번인데 우리는 오전 수업을 선택했다.




일단 도착하고 미리 예약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나면 늘 그러하듯 간단한 신상명세를 적게 한다.
질문은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되었니, 어디서 왔니, 서핑 배운 적 있니 등의 간단한 것들이니 체크하면 된다.




서류를 작성하면서 건물 안은 어떻게 생겼나 둘러보는데, 웬 훈남이 선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서핑은 역시 훈훈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로구나 감탄하기가 무섭게 자기소개를 해 오는 이 남자,
나중에서야 '무서움'을 깨달은 우리의 스파르타 서핑강사 헤시미어씨가 되겠다.




간단한 서류를 적고 나면, 서핑할 때 입는 옷을 먼저 받는다.
서핑하는 사람들을 봐서 알겠지만, 옷은 전신을 다 덮는 긴 팔과 그렇지 않은 반바지 길이의 옷이 있는데
이날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긴 걸로 선택했다. 
해녀복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전신 옷을 입을 땐 은근히 끼는 느낌이 처음엔 불편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고 나니 전혀 춥지가 않아 하나 사고 싶어졌다. 늘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서핑복 안에는 미리 입고 온 수영복을 입은 상태였다.

이후에는 모든 소지품을 들고 갈 수가 없었기에 사진을 따로 찍을 수가 없었다.
대신 이 훈남들로 서핑복이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대신한다. ^^;;





정말 흐린 날씨였다. 골드코스트에 도착한 둘째 날만 하더라도 정말 파란 하늘에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였는데
다음 날은 먹구름이 몰려 와 당장에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이런 날에 서핑을, 그것도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어찌나 걱정되던지.
수업이 취소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와 우쿠를 포함한 7명은 보드를 하나씩 들고 바로 앞의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가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갑자기 드러난 해에 얼굴을 태워가며 그렇게 서핑을 배웠다.




사진 출처 : Go ride a wave 홈페이지


본격적으로 서핑을 배우기에 앞서 모두 백사장에 둘러앉아 강사의 설명을 듣기 시작하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
2시간인 수업의 목표는 서핑보드에 일어나는 것으로 한 번에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은 안전수칙, 보드를 타는 법, 일어서는 법 등인데 자세한 내용은 이러하다.


[섬세한 그 남자, 우쿠빵의 꼼꼼 정리 1 - 서핑레슨에서 배우는 팁]

1. 상어, 해파리를 조심해야 한다. 호주에서 상어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골드코스트 안전한 지역.
2. 골드코스트처럼 파도가 센 바다는 물이 밀려 들어오는 가장자리의 바닥이 깊게 파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3. 보드에 올라 설 때는 발끝이 보드 끝으로 가게 하고, 팔은 닭 날개처럼 해서 겨드랑이 바로 옆에 붙인다.
4. 힘이 좋은 파도가 올 때, 보드에 미리 올라타고 엎드려 있다가 파도를 그대로 탄다.
5. 일어서는 방법은, 본인이 편한 발을 먼저 앞으로 내밀되, 빠르고 민첩하게 발을 중심으로 가져가도록 한다.
6. 몸을 비틀고 앞을 보면서, 양팔을 좌우로 뻗고, 균형을 잡고 몸을 낮추고 닌자처럼 자세를 잡는다.





설명을 듣고 물에 들어갔을 때 가장 놀란 건 파도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세다는 사실이었다.
파도를 향해 보드를 들고 걸어가는 데만 엄청난 체력을 요구해 막상 보드에 몸을 싣고 움직이는 것보다 
다시 파도를 타기 위해 거꾸로 걸어 올라가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잘 타는 분들은 보드에 몸을 싣고 팔로 배를 저어가듯 움직였는데 그걸 따라 한 나는 연거푸 물만 마셨다.




초보의 서핑 배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안전하게'라는 것.
수영을 금지하는 깃발을 넘어가지 않도록 시작부터 내내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내 맘대로 안되는 것도 사실.
파도가 직선으로 오는 게 아니라 대각선에서 몰려들어 초반에 나는 위치를 잡지 못하고 계속 떠내려가기만 수십 번,
강사님이 다시 안쪽으로 오라고 말하는 그제야 내가 꽤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헤매고 있다는 걸 알곤 했다.
참 무서운 것은 그 깃발을 넘어선 지역은 제법 깊어 수영을 못하는 나로서는 절로 긴장하게 되더라는.




보드를 들고 있다가 뒤에서 오는 파도의 위치를 확인하고 몸을 보드에 싣는다. 이윽고 오는 파도에 밀려 앞을 향해 전진전진~ 
사실 그렇게 한 것은 몇 번, 그것도 강사님이 도와주었을 때나 할 수 있었고
그 외에 나머지는 파도에 밀려 바다에 내 팽개쳐져(정말, 이 표현이 딱이다) 구르고 또 굴렀다.

처음엔 수영을 못해서 물이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렇게 구르고 물을 마시고 하다 보니
묘한 오기가 생겨서는 더 큰 파도가 올 때까지 보드를 단단히 부여잡고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큰 파도에 실려 앞으로 나아가는 그 재미는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아, 이래서 서핑을 하나보다.




한 시간 째 보드에 올라타 파도에 몸을 싣는 연습을 하고 나면 두 번째 목표 '보드에 서기'에 도전한다.
구르고 구르며 오기에 찬 나를 어여삐(!) 여긴 탓인지 훈남 강사님은 나를 몇 번이고 도와주며
잘한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오늘 안에 설 수 있다 등 응원의 말을 몇 번이고 하며 나를 파도에 실어 보냈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나도 엄청 열심히 한 결과 2시간이 가기 전 한 2~3초 정도 설 수 있었다는 것의 오늘의 성과!




두 시간으로는 불충분할 것 같아 서핑보드 대여까지 미리 신청 해놨지만,
사실 수업을 끝내고 나면 몸이 파김치가 되어 더이상은 무리라고 온몸이 말하고 있었다.
타고나지 않은 운동신경의 소유자 우쿠는 자기도 모르게 부상투혼(?)까지 발휘했지만 나보다 더 못했다는 평.(훗.)
그래도 둘 다 너무 즐겁게 서핑을 즐겨 뿌듯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보드수업을 끝내고 서퍼스 파라다이스 서퍼구경에 나섰다.
물 속에서 몇 번이고 구르고 굴렀던 서퍼였지만, 그래도 파도를 자유자재로 타는 그들처럼 서핑의 즐거움을 알았기에
그들이 타는 모습을 몇 번이고 바라봤다. 얼마나 더 연습하면 저 정도로 탈 수 있는 걸까?




적어도 오늘 탄 정도로는 절대 안 될 것이란 건 알지만,
언젠가 또 골드코스트를 찾게 되면 그땐 꼭 일어나는 게 가능해지면 좋겠다. 
그 전에 수영도 배워둬야 할 것 같고, 이번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억해둬야겠지만.

참고로 골드코스트에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을 기고하는 트래블 웹진 겟어바웃에 Wild but Mild님이 올린 글인데 서핑을 한국에서 배워보고 싶은 분들은 체크!
대한민국 서핑여행의 모든 것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43578




한참을 그들을 구경하다 옆을 보니 한 남자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핑을 갓 마친 듯 몸에서 떨어지는 물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서핑을 바라보는 남자 옆으로 반 동강이 난 서핑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때야 서핑보드가 부서질 수 있는 소재란 걸 알았다.
(검색을 해보니 서핑보드는 단단하고 부력이 좋은 나무나 폴리우레탄폼으로 만든다고 한다.)
얼마나 파도가 강했기에, 그는 얼마나 열정적으로 파도를 탔기에 보드가 부서질 정도인 것인지..
분명 파도를 가로지르는 그의 모습이 엄청 멋있을 것이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란 생각도.




부서진 보드를 챙겨 들고 그는 그렇게 한동안 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 서핑을 더 하고 싶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먼저 돌아서는 길,
서퍼들을 유혹하는 듯 바다에는 계속 파도가 밀려들었고 서퍼들은 그 유혹을 즐기려는 듯 그렇게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두 시간의 서핑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가는 길은 무겁기만 했지만, 그 파도에 다시 한번 뛰어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구르고 구르며 배운 서핑, 그 즐거움을 또 한번 느껴보고 싶다.


[섬세한 그 남자, 우쿠빵의 꼼꼼 정리 2 ]

1. 서핑 레슨이 시작되는 15분 전에 도착하도록 한다.
2. 서핑을 배우는 가격은 2시간 1회에 80AUD(호주 달러), 인터넷 사진 예약일 경우 65AUD다.
교육 후 서핑을 더 즐기고 싶다면 보드를 빌리는 것까지 포함하여 100AUD(인터넷 예약 85AUD).
3, 인근 모래사장으로 이동해서, 약간의 설명을 듣고 물에 뜨는 연습을 하러 이동,
그 후 1시간여 지나면, 다시 2차 교육으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4.팔에 힘이 없어서 일어나기 힘들었다, 전신 운동, 다이어트에 참 좋은 운동 같기도.
5. Go ride a wave 횸페이지 : http://www.gorideawave.com.au
6. 골드코스트 여행 정보 :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 홈페이지 http://www.queenslan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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