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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걷다보면 바다를 만난다, 브리즈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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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브리즈번을 찾게 될 줄은 몰랐다.
마운틴 쿳사에서 브리즈번을 떠나며 아쉬움을 가득 담긴 글을 썼건만 이렇게 다시 돌아오다니.
그때 내 눈에 살짝 스쳤던 눈물이 무안해지는 순간이 아닌가. 

브리즈번을 돌아보면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곱씹어도 모자라지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터.
호텔 체크아웃을 부랴부랴 마치고 우리는 어젯밤부터 머리를 싸매며 짜 놓은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주 퀸즈랜드 주 브리즈번 여행의 첫 번째 코스는 도심 속의 자연, '시티 보타닉 가든(City Botanic Gardens)'에서 부터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 상긋한 내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시티 보타닉 가든(City Botanic Gardens)

공원에 사람들이 오전부터 제법 보인다고 생각했더니 이날은 일요일이었다.
평일에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주말엔 늘어지게 자는 늦잠으로 이겨낼 만도 한데 그들은 아침부터 이곳에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하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건 호주 사람들의 '여유'였으니.

도심 속의 보타닉 가든은 그런 호주 사람들의 여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바쁜 삶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는 선물과도 같은 공간,
빽빽한 빌딩 속에서 사람에 치여 생활하던 서울에서의 적응 기간을 잠시 잊게만든 곳이 바로 이곳이다.




시티 보타닉 가든은 브리즈번에 생긴 첫 번째 공원으로 1827년부터 식물과 나무들이 심어져 1855년 정식적으로 개장한 곳이다.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 그 이름 하나하나 외우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것이 보타닉 가든에 어울리는 감상법.
잔디밭에 내려앉은 이름 모를 새를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다 보면 이곳이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곳이란 걸 잊게 한다.




유난히 기분 좋게 느껴지는 날씨에 이곳을 찾은 건 정말 딱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딱 좋은 정도의 햇살과 여유로움은 벤치에 앉아 짧게라도 낮잠을 자고 싶단 생각을 하게 했다.
잔디밭에 누워도 좋고, 벤치에 기대도 좋다. 보타닉 곳곳에서 그렇게 보내는 시간은 여행이 꿀맛이란 걸 알려줄 테니.




강이 보이는 산책로의 벤치에 앉았다. 공원 옆에 이런 강이 흐르고 있는 건 보타닉 가든의 또 하나의 매력.
근처에 요트정박장이 있다더니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요트들이 떠있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인듯했다.
요트 너머로 보이는 캥거루 포인트(Kangaroo Point)에서는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유유자적 조그만 배를 타고 강을 저어가는 할아버지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순간 떠올리게 했다.




느릿하게 흐르는 풍경만큼 이 시간도 느릿하게 흐르면 좋건만, 여행자의 시계는 일분일초가 빠르게 흐르기만 한다.
다시 끄엉차, 아쉬움을 소리로 떨쳐내며 공원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주말이다 보니 아이들과 공원에 나온 부모들도 많았다. 생일잔치를 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이 소박하기만 한 풍경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지. 보타닉 가든은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채워나가는 게 아닐까.
한국에도 더 많은 공원이 생겨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달려도 좋고 신발을 벗고 잔디를 걸으며 좋아하는 곡을 듣기에도 좋은 곳.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브리즈번의 큰 축복이 아닐는지.




크게 한번 숨을 들이켜며 보타닉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공기와 바람, 소리를 느껴보며 다음 장소를 향해 걷는다.
이렇게 기억한 모든 감각들이 머릿속에서나마 늘 깨어있길 바라면서.




멀리 가지 않아도 바다는 언제나 내 곁에, 사우스뱅크(Southbank)의 인공해변(Artificial beach)

보타닉 가든에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맹그로브 보드워크(Mangrove Board walk)를 지나고 
굿윌 보행자/자전거 다리 (The Goodwill Pedestrian Cycle Bridge)건너면 만날 수 있는 바다(?)
사우스뱅크(Southbank)의 인공해변(Artificial beach), 스트리트 비치(Streets Beach)다.
(꽤 오래 걸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걷는 시간은 20분 내외다.)




바다 바로 옆으로 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으로는 브리즈번 시내가 보이는 곳,
다시 봐도 독특하게 느껴지는 장소에 인공적으로 해변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건
Sunshine State(햇살 가득한 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연중 날씨가 좋은 퀸즈랜드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장마 때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일광욕하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엔 야자수 나무도, 갈매기떼도 고운 모래의 백사장, 안전요원에 멋진 남녀까지도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지만,
유일하게 한 가지 없는 게 있는데 그건 무엇일까? 힌트는 골드코스트?
이미 이전의 포스팅을 읽어봤다면 쉽게 맞출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는 '이 바다에 없는 유일한 한가지는 파도'다.
서퍼들에게는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단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안전수칙도 확실하다. 
함부로 뛰지도 말아야 하고, 다이빙, 술, 담배가 금지, 그리고 안타깝게도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것도 금지다.
안전요원들이 지키고 있어서의 이유도 있겠지만, 모두가 이런 수칙을 잘 지키고 있어선지 해변은 참 깨끗하다.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기에 수영복만 챙겨가면 일광욕을 하는 그들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백사장에 누워 두런두런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과는 정반대 날씨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지내보는 특별한 여행'을 느껴보기에 브리즈번은 이렇게 멋진 환경이기 때문.
보타닉가든에서 시작해 인공해변까지 걸어오는 길은 브리즈번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을 느끼기에 아쉬움이 없다.




신발을 벗고 잔디 위를 걸으면 따꼼따꼼 푹신푹신 잔디의 촉감이 느껴지고
또 한 번 신발을 벗고 모래 위를 걸으면 부들부들 촉촉한 모래의 촉감이 느껴진다.
살면서 여유를 느끼는 길은 참 어려운 일이 아닌데 어찌나 쓸려가듯 하루하루를 지냈는지
평소 걷던 길과 다른 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 많은 것들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원래의 일상대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호주 퀸즈랜드주의 여행은 이렇게 쉼표를 잠시 찍게 한다.
공원을 걷고 그렇게 만난 바다까지. 브리즈번은 그래서 좋았다.


[섬세한 그 남자, 우쿠빵의 꼼꼼 정리]

1. 시티 보타닉 가든에는 조지 스트리트, 에드워드 스트리트, 알버트 스트리트, 그리고 굿윌 브릿지까지
총 4 곳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는 알버트 스트리트에서 시작.
2. 가든은 24시간 개방되어 있으니 아침 일찍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걸어보는 건 어떨까.
3. 사우스뱅크 인공해변까지 가는 길은, 강변 산책로를 따라서 가기만 하면 된다.
4. 사우스뱅크 지역은 1988년 국제 엑스포를 기점으로 더욱 발달하였고, 주립 도서관과 미술관 등이 있어 둘러보기 좋다.
5. 브리즈번 여행 정보 : 브리즈번 관광정보 홈페이지  http://www.brisbane.qld.gov.au/
6. 호주 퀸즈랜드 주 여행정보 : 호주 퀸즈랜드 주 관광청 홈페이지 http://www.queensland.or.kr/

1%의 소소한 이야기 : 정말 벤치에서 낮잠이라도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호주 아저씨의 영어어택으로 잠이 달아났다.


[이글은 캐세이퍼시픽,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의 지원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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