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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바다, 바다 위 배, 그리고.. :: 팬스타로 떠난 일본 여행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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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바다, 바다 위 배, 그리고 일본
팬스타로 떠나는 4박 5일 일본 여행 프롤로그


"멀미약을 먹을 필요는 없어요." 

그 한마디에 불현듯 나의 첫 해외여행이 떠올랐다. 낯선 나라에 대한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던 2005년 어느 가을날에 다녀온 후쿠오카에서의 날들 말이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추억, '뱃멀미'. 멀미 따윈 없다고 자신했던 그 순간을 몇 번이고 후회하게 한 그 날의 쓰디쓴 경험은 배를 탈 때마다 긴장하게 하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런데 이번에도 배다. 일본 칸사이 지역이며 시기 또한 가을. 겹쳐지는 그때의 추억에 기분이 좋아졌다가 잠시 멈칫하게 되는 이유는 역시 뱃멀미다. 배에 오르며 조심스레 직원에게 슬 멀미약을 먹어야 할까를 물어보니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단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저는 기꺼이 배로 떠나는 일본여행을 즐겨보겠어요.



DAY 1 배를 타고 부산에서 오사카로 향하다...팬스타 드림호
장장 19시간이다. 비행기를 타면 2시간도 걸리지 않는 오사카를 가는데 19시간을 걸쳐 간다는 것에 주변 지인들은 어째서란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을 배에서 보내고 난 순간, 나는 그 지인들을 데리고서 이 여행을 하면 엄청나게 재미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기대보다 훨씬 재미나다.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말이다.

느릿하게 가는 배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고, 그 이야기는 발견해 내는 사람들의 몫. 얼마나 발견했는지에 따라서 그 즐거움은 더욱 배가 되고 부지런히 즐기기만 한다면, 19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도 절로 알게 된다. 그래서 입이 근질근질해졌다. 이 즐거움을 어서 '어째서 지인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텐데 하고 말이다.


생각보다 훨씬 큰 배였던 팬스타 드림호. 길이가 160m로 100m 경주도 가능하다?!

차인표를 능가하는 섹시함(?)을 발산 중인 색소폰 연주자



DAY 2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뚭뚜루 뚜루....와카야마和歌山 
와카야마, 칸사이 지역 여행을 해 본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 이름 참 낯설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지역이었기에 무엇을 만나게 될지 궁금증이 클 수밖에 없었다. 본격 와카야마 여행을 하기 전에 찾은 곳은 바다를 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시모아 호텔. 바다를 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흥미롭지만, 더 재미난 사실은 이 목욕통이 와카야마의 특산물인 매실로 장아찌를 만들 때 쓰던 것이란 것. 매실 장아찌 통에 몸을 담그고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보면 그것만큼 평화로운 게 또 어디 있을까.


때마침 바다로 쏟아지는 빛내림에 감탄했다

카이세키懐石요리를 먹게 될 줄이야! 덩실덩실!



DAY 3-1 자연이 만들어내는 박력! 사람이 만들어내는 박력!...와카야마和歌山 
본격적인 와카야마 구경을 나섰다. 이곳은 특색있는 관광지가 몇 곳 있지만,(고양이역장이 사는 역이라든가 옛 순례길과 같은) 이번 여행에서는 바닷가 주변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다미를 천장 깔아놓은 것 같은 센조지키千畳敷, 자살의 명소로도 유명한 산단베키三段壁, 구멍이 뽕 뚫린 엔게츠도円月島까지. 각각의 특징을 가진 이 관광지는 자연이 박력 있게 만들어낸 작품의 연속. 거기에 일본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참치 해체 쇼는 또 다른 박력 넘치는 순간을 선사했다. 시식으로 먹은 참치도 내 입속에서 박력 있게 파닥....(?)


사진을 잘 보면 누군가 낚시를 하는 것이 보일지도?!

해체 쇼를 하는 아저씨 근육도 불끈! 참치 뱃살도 불끈!



DAY 3-2 먹다가 한번 망해볼까..오사카大阪
사진을 찍기 위해 윳꾸리~ 윳꾸리~ ゆっくり~ (천천히~ 천천히~)를 부탁하자 다코야끼를 구워내는 그의 손도 박자에 맞추어 조금 느려졌다. 같이 천천히, 천천히라고 말하며 하나씩 다꼬야끼를 만들어 담아내는 동작은 원래의 속도에 비해서 느려진 것임에도 어찌나 빠른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개수의 다꼬야끼를 만들어 내면서 몸에 밴 실력일까 궁금증이 동글동글 피어났다. 그렇게 구워낸 다꼬야끼를 그의 손놀림처럼 재빠르게 먹어보다가 입천장이 데였다. 다꼬야끼는 호호 불어서 천천히.


아직 단풍이 들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그 나름의 분위기가 있던 오사카 성

다코야끼를 만들어내는 손이 너무 빨라서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



DAY 4 일본인에게도 가장 일본스러운 곳...교토京都
교토를 보면 수학여행으로 가던 경주가 생각이 난다. 청수사清水寺앞에서 만난 중학생 무리를 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역사'와 '전통'이 이곳저곳 남아있는 그 모습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에게도 관광지라고 불릴만한 교토이기에 어딜 가도 사진을 남기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기도 했다. 그 즐거운 얼굴과 카메라 앞에 서 수줍게 잡는 포즈를 보는 건 어딜 가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풍경의 교토가 뿜어내는 또 다른 매력이다.


아이들의 기억에 좋은 추억만 남길

높게 솟은 대나무가 만들어내는 시원한 공기, 아라시야마 치쿠린



DAY 5 센베와의 전쟁, 나쁜 사슴 전성시대 ...나라奈良
목이 길어 슬픈 짐승, 그 이름 사슴.(기린 아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사슴은 선한 눈망울에 가녀린 몸, 그리고 총총거리면서 다닐 것 같은 가벼운 몸짓 등으로 설명되는 듯하다. 나라에서 만나는 사슴은 그 말에 들어맞긴 하지만, 하나 더 추가할 것이 있다. 바로 '센베를 향한 전투본능'. 누군가 사슴 센베를 하나 사려고 하면 그때부터 주변에 사슴이 모여들어 지켜보고 있으니 무언가 묘하게 재미난 광경이 펼쳐진다. 피리 부는 소년? 아니다. 여기서는 사슴 부르는 센베였다.


이봐, 우리 구역에 왔으니 센베 하나 사야지?

마음이 경건해지는 곳도 아이들에겐 그저 놀이터


여행은 이렇게 길고도 짧게, 빠르지만 느리게 막을 내렸다. 배로 시작한 여행은 어떤 추억을 남기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게 될지 궁금했다.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까. 힘들진 않을까. 늘 하던 여행 방식이 아니기에 더 긴장되고 흥분되었으며 설렜다. 4박 5일의 시간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여행이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고, '아쉽다'와 '다음엔 꼭'이란 추억 역시 이번에도 남겼다. 

하늘 아래 바다가 있었고, 바다 위에 배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여행을 즐기던 내가 있었다. 




[이번 여행은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지원으로 쓰여진 2013년 9월 26일부터 30일까지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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