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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반성회라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무언가가 끝났을 때 그것에 대해 돌아보는 것.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을 못했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정리해 나가는 것.
나만의 도쿄여행 반성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1. 나의 숙소 : 단커피님이 빌려준 빈 집


도쿄에 살아보는 느낌으로 가고자 한다고 했을 때 도쿄지인 단커피님은 빈집을 빌려주셨다. 12월까지 계약인 집이라 언제든지 와서 묵어도 좋다는 말과 함께. 그저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마음에 냉큼 좋다고 찾아간 집은 '생각보다 좋고', '생각보다 넓고', '생각보다 역에서 가까워' 매우 좋았다. 다만 '빈집'이다 보니 약간은 휑한 느낌도. 그래도 선뜻 집을 빌려주신 그 마음에 감동하였고 매우 행복했다. 



일본 집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중 하나가 화장실.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 되어 있는 구조는 한국 사람에겐 어색하긴 하나 살다 보면 나름 편하다. 변기 물을 활용한 세면대 또한 오랜만에 다시 만나 반가웠다.(?) 



2. 괜히 가져갔다 싶은 물건 : 선글라스와 셀카봉


일본에 머무는 내내 비가 왔다. 밤과 이른 아침에만 쏟아지던 비는 숙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다행히도 그쳤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내게 일본의 늦더위는 불안요소였건만, 내린 비에 더위는 씻겨 내려가고 약간의 습한 기운으로 남아 머무는 내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해를 구경하기 어려웠다는 연유로 선글라스는 챙길 필요가 없었다. 


셀카봉은 혼자 여행에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뭐, 여유가 되면 혼자서 멋진 짧은 영상을 찍어서 편집해봐도 좋겠다는 계획도 세웠'던 것' 같다. 그러나 셀카는 셀카봉 없이도 찍을 수 있었고 짧은 영상은 여행 초반에만 좀 찍다 어느 순간 '만사 귀찮음'으로 치웠다. 꺼냈다가 블루투스 켜고 하는 것 자체가 번거로웠기에. 어느 순간 셀카봉은 숙소에 두고 다녔다.



3. 가져갔음 좋았겠다 싶은 물건 : 리디북스 


책 읽을 시간이 있을까. 아니 읽을 시간이 난다면 북오프나 어딘가 서점에서 사면 그만이란 생각도 했다. 근데 뜻밖에 혼자 여행은 남는 게 시간이었다. 새벽 6시면 눈이 떠지는 바이오리듬 덕에 아침내내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할 게 별로 없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서 차를 홀짝홀짝 마시면서도 휴대폰 보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문득 집에서 읽다가 온 책 생각이 절로 나고 다음 여행엔 꼭 e-book에 책을 넣어 오거나 아니면 가벼운 소설책 하나라도 챙겨야겠다 생각했다. 



4. 마음에 들었던 장소 : 츠타야 다이칸야마 


한우사장님의 추천 장소. 가끔 인터넷상에도 단순한 서점이 아닌 '그 무언가'가 있는 곳으로 소개되곤 했다. 다만 나는 그게 '록폰기'에 있는 츠타야라고만 생각했더니 다이칸야마에도 생겼을 줄이야. 사람은 북적북적 많지만, 조용한 다이칸야마 동네에 있다 보니 분위기는 차분하다. 종일 책만 들여다봐도 좋을 것 같은 멋지고 세련된 서점. 



5. 기억에 남는 음식 : 명란젓 계란말이


사오리가 안내한 시부야의 술집. 일본 어느 지역 특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컨셉있는 이자까야였다. 친절한 종업원은 물론, 센스있는 서비스에 큰 감동을 했던 곳. 여기서 먹은 음식 중에 명란젓이 올라간 계란말이가 유난히 이번 도쿄여행에서 기억에 남는다. 일본 특유의 보들보들한 계란말이에 명란젓을 같이 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한국에 돌아와 계란말이를 본격적(?)으로 만들겠단 생각으로 프라이팬을 주문할 정도로 맛있었던, 기억에 남은 음식이다.



6. 먹질 못해 아쉬운 음식 : 
한정판매 아이스크림 


일본은 '한정의 나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한정판매 음식'들이 쏟아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맥주. 도쿄에서 머무는 내내 밤마다 한정 맥주를 마시는 재미가 쏠쏠했다 보니 한국에 와서 살이 찐 건 당연한 이치. 어쨌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고 '지금밖에' 못 먹는다는 사실에 일단 '한정'이라고 적혀 있다면 뭐든 먹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은 끝끝내 먹질 못했다. 늘 맥주에 밀려, 살찔 염려에 밀려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7. 희대의 삽질 : 나리타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법


3년 반의 도쿄생활만 믿고 또 믿고 또 믿는 바람에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나리타익스프레스'와 '스카이라이터'가 아닌 방법으로 나가려던 나의 계획은 두뇌 회전이 멈춘 뇌와 함께 멘붕속으로. 어찌어찌 물어 도착하긴 했지만, 약간의 여행 책자도 들여다보지 않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삽질 중의 삽질이었다.  



8. 신의 한 수 : 철판요릿집에서의 마지막 식사


숙소에 돌아와 도쿄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동네에서 즐기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동네 주변을 검색한 결과 몇 곳이 추려졌고. 일단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들면 들어가는 거로 정했다. 보슬보슬 내리는 동네를 걸어 다니다가 선택한 곳은 인스타그램과 전혀 상관없이 '조금 낡은 듯한 외관'이 맘에 들어서 선택한 철판요릿집. 메뉴에 없던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 왔다는 이야기에 선물까지 받아서 너무 행복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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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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