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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멜론 해지 좀 - UX/UI를 잘하고 싶으면 멜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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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이용권을 해지했다
아니 했다고 생각했다


업이 업이다 보니 늘 관심 갖고 보는 것이 UX/UI 관련 내용. 사실 업과 관련한 글을 쓰기엔 지식이 짧아 넣어두기 일쑤지만, 오늘은 이것이야말로 소개해야 한다 싶어 적어 내려간다. UX/UI를 잘하고 싶다고? 멜론에서 이용권을 해지해 보자.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어렵다

10,900원이 결제되던 날 당황했다


모든 서비스가 그러하다.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참 어렵다. 인터넷 해지를 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끝나지 않는 통화에 결국 짜증을 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해지 절차'는 쉽게 말해 쿨하지 못하다. 

멜론의 이용권 해지 또한 그러하다. 엠넷, 네이버뮤직, 멜론을 써 본 바로는 멜론이 이용권 해지 절차가 가장 번잡스럽다. 그 번잡스러움은 결국 이용권 해지를 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다음 달 결제되는 기이한 현상에 당황하게 만든다. 



멜론, 디자인 참 잘한다

그렇다고 멜론이 디자인을 못 하는가. 아니다. 멜론은 2017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와 2018년 이프 디자인 어워드(iF Design Award)에서 수상하는 '디자인 참 잘하는' 서비스다. 그럼, 왜! 이용권 해지 페이지는 이 모양인가. 이들이 모바일 앱에만 디자인력을 총동원 했을까? PC는 아직 리뉴얼을 못한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해지를 최대한 못하게 하려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멜론의 해지 프로세스를 반대로 살펴보면 잘하는 UX/UI 디자인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용권 해지 프로세스

참고로 해지는 웹사이트에 한정한다. 아이폰은 웹에서 이용권을 결제해야 저렴하기 때문에 해지도 자연스레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자, 그럼 이용권을 해지를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정리해보자. 

1.사용중인 이용권을 클릭한다

2.이용권 해지 신청/취소를 클릭한다

3.혜택을 무시하고 상품을 해지 문구를 클릭한다

4. 비밀번호를 또 입력한다

5. 이용권 해지 버튼을 클릭한다

6. 신청팝업 내 확인을 클릭한다

7-1. 혜택을 무시하고 나중 구매 문구를 클릭한다 (팝업창 무시 가능)

8-1. 해지 확인 버튼을 클릭한다 (팝업창 무시 가능)

7-2. 해지 사유를 선택하고 해지신청을 클릭한다

8-2. '일반해지' 탭을 선택한다

9. 신청 확인 버튼을 클릭한다

10. 해지가 완료되었습니다 (팝업창 닫기)


어떠한가. 중간쯤 스크롤을 확확 내리지 않았는가. 중간에 무시 가능한 팝업(7-1, 7-2)을 제외하더라도 메인페이지에서 해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무한루프 고객센터 ARS를 연상케 하는 해지 프로세스는 사용자 편의성을 다분히 무시하고 있다. 이 불편함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멜론 이용권 해지 방법'을 검색하면 다수의 포스팅이 눈에 띈다. 

이제부터 이 해지 절차를 통해 UX/UI를 잘(못)하는 법을 알아보자. 



모호함으로 헷갈리게 하라

메인페이지에서 이용해지를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는 수많은 경험상, '마이페이지'로 간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메인페이지에서 이용해지 페이지로 가는 방법은 2가지다. 

1. 현재 사용 중인 이용현황(ex. 프리클럽 사용 중)을 클릭한다 
2. 내 아이디를 누른다


1번의 경우는 위에서 설명한 무한루프가 시작되는 것이고, 2번의 경우에는 무한루프로 빠지기 전 페이지가 하나 더 생긴다. 


이용해지란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해지는 '내 이용권/결제정보 페이지'에서 가능하지만, 어디에도 해지라는 문구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아래의 문구는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보유 이용권 및 결제내역 등 결제 정보를 관리합니다.
보유 이용권 및 결제내역, 이용해지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지란 단어를 직접 드러내지 않아 사용자는 누르기 전까지 이 메뉴엔 무엇이 있는지 '감'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모호함을 멜론을 여기저기에 이용한다.


취소버튼이 아니라 취소문구를 클릭해야 한다


위 이미지에서 해지 신청을 위해 눌러야 하는 것은 버튼이 아니라 '문구'다. 해지하기 버튼은 '그래도 상품을 해지하시겠어요?'와 '나중에 인상된 가격으로 구매 할래요' 라는 문구로 처리했다. 대신 보러 가기와 유지하기는 버튼 형태로 해지가 아니라 버튼을 누르게 유도한다.


확인을 누르지 않으면 해지되지 않는다


제일 심각한 것은, 일반 해지 화면에 와서도 모호한 표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해지 신청하셨습니다'는 해지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는 한, 아직 해지가 된 것이 아니다. 이 문구를 사용할 경우에는 확인 버튼을 '신청'으로 바꾸거나 정확히는 문구를 변경해야 한다.

프리클럽 이용권을 해지 신청하셨습니다
프리클럽 이용권을 해지 신청하시겠습니까?



팝업창으로 보여줘라

어떻게든 해지로 이어지는 루트를 지연시킨다


팝업창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드디어 만난 해지 화면을 팝업으로 처리한 점이다. 

보통 팝업은 프로모션이나, 공지사항을 위해 메인페이지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닫기를 누르거나 원래 페이지로 돌아가는 것이 쉽기 때문에 정보전달 혹은 재확인의 의미로 쓰인다. 멜론의 경우엔 추가 페이지로 디자인해도 무방할 선택 페이지를 굳이 팝업으로 처리하고 스크롤까지 생긴다. 게다가 기존에는 없었던 '일시정지' 기능도 추가해 어떻게든 해지를 막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일시정지는 서비스 해지가 아니다. 특정 기간 후에 자동으로 결제된다.



사용자 흐름을 복잡하게

이용 해지를 선택하면 긴 스크롤의 이용 혜택 페이지가 펼쳐진다. 이미 로그인된 상황에서 '비밀번호를 입력' 해야 이용권 해지 버튼이 있는 화면으로 바뀐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해지 버튼이지만, 그를 위해서는 스크롤을 내려 버튼을 찾아 내려가야 한다. 개인정보 수정도 아닌데 비밀번호는 왜 재입력을 해야 할까. 비밀번호를 모른다면 비밀번호 찾기 페이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와중에 확인 팝업은 왜 이렇게 많나.

인내심 테스트와 같은 화면들, 통일시킬 수 있고 줄일 수 있는 사용자 흐름을 복잡하고 길게 만들어 불필요한 액션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집중하지 않으면 해지할 수 없는 화면은 잘된 디자인이 맞을까? 아, 이용 해지를 막기 위해서는 잘한 거다.



해지취소는 클릭 한번에

라이사, 정말 이러기야?


재미있는 것은 해지 취소는 매우 간단하단 사실이다. 해지 신청한 것을 정말 취소할 것이냐는 팝업창도, 비밀번호를 다시 넣을 이유도 없다. 버튼을 클릭하면 그대로 취소가 된다. 

해지 취소 후, 로그인하면 팝업이 계속 뜬다. 이 팝업은 앞서 말한 모호한 표현으로 해지신청을 가볍게 취소시켜 버린다. '다음달 부터 50% 할인 혜택, 2019년부터 이모티콘 지급 대상자'라는 카피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야 한다. '확인'이라는 애매한 버튼, 그리고 이 버튼이 바로 해지신청 취소로 이어지는 흐름은 이상하다. 여기에 낚인 나는 화가 났다. 혜택에 대한 설명은 되려 문구로 처리했다. 



쉬운 가입, 쉬운 해지

왓챠플레이는 해지를 누르면 팝업창 하나로 해지절차가 완료된다


개인적으로 월정액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왓챠플레이, 넷플릭스,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까지. 이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가입도 해지도 매우 편리하다. 이들은 멜론처럼 복잡하게 숨겨두지도 낚지도 않는다. 서비스의 종류가 다르다고 따지기에 멜론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꼬아뒀다. 

사용자가 불편하고 불쾌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과연 그들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좋은 콘텐츠와 좋은 경험은 사용자가 계속 그 서비스를 이용하게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권리는 사용자에게 주어져야 한다. 멜론은 그걸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멜론을 대체할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다. 그걸 알아줬으면 한다. 멜론 대신 사과라든가..



참고


멜론, 계속 사용하고 있는 유저일뿐 안티는 아니다
스포티파이 써보고 싶다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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