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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구입한 나의 첫 애마, 빨간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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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를 보면서 키워 왔던 자전거의 환상. 집을 학교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을 구하게 되면서 나는 자전거를 자연스레 구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는 큰 슈퍼마켓이나 빅꾸카메라와 같은 전자상점, 돈키호테와 같은 잡화점에서 팔았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가격을 비교하고 디자인을 따져서 구입하게 된 곳은 '통신 판매'였다.





통신 판매인지도 모르고 그냥 아는 분이 추천해 주어 구입하게 된 이 접이식 자전거는 일본에서 구입한 처음이자 마지막 자전거가 되었다. 되지도 않는 일본어로 겨우 은행에서 돈을 입금하고 며칠이 지나 도착한 박스 하나, 거기에 내 자전거가 들어있었다. 





이 작은 박스에 어떻게 자전거가 들어있는걸 까란 생각을 하고 열었을 때, 그때야 알았다. 이 자전거가 조립식이라는걸. 혼자서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조립하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9,9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나는 낚였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렇게 완성된 나의 빨간 자전거는 나름 3단 기어까지 갖춘 자전거로(제이유의 3단 기어ㅎ) 학교까지 대략 20분 정도면 갈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예상치 못했던 것이 있었다. 학교에서 우리 집으로 올 때 만나던 그 기나긴 언덕. 그 언덕은 이 자전거로 오르기엔 너무 힘들어 늘 중간에 내려 자전거를 끌고 오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학교 갈 땐 정말 쌩쌩~




자전거를 구입하고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전거 방범 등록'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일본만의 자전거 문화였다. 보통은 자전거 살 때 같이 그곳에서 바로 해 주는데, 통신 판매였던 나는 자전거 라이트를 구입하면서 등록을 했다. 한 500엔 정도 냈었던 듯.





자전거 방범 등록을 할 때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는 외에도 자전거의 메이커나 색깔 등도 적는다. 그러고 나면 자전거에 번호판처럼 자전거 인식표를 붙여 주는 걸로 등록은 끝. 자전거 등록은 하지 않으면 본인 자전거가 아니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본인이 아닌 사람이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관련 법을 어기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후에 내가 사이타마 이사를 하고, 자전거를 더는 타지 않게 되면서 자전거는 그대로 녹이 슬어 결국엔 '대형쓰레기'로 분류되어 처분할 수밖에 없었지만 앙증맞은 이 자전거는 내가 하타가야에 살던 6개월 동안 내 발이 되어주었다. 





代々木八幡요요기 하치만 역 앞에 있는 철길 건널목, 그곳에는 정말 많은 자전거들이 멈춰 섰다. 차단봉이 올라가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다 함께 경주하듯 힘차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던 그 시절의 기억은 아직도 영화에서 보던 그 장면처럼 아련하다.





아무것도 몰라 서툴던 나의 일본 생활에 발이 되어주었던 나의 빨간 자전거. 시간이 흐르고 일본 생활에 적응해가며 자전거보단 전철을 많이 타게 되면서 나는 그때의 여유를 많이 잃어버렸었다. 내리막길 쌩쌩 달리며 느끼던 그 시원한 바람과 집 근처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길로 들어설 때의 그 두근거림. 이 글을 쓰면서 문득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다시 자전거가 타고 싶어진다.





일본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

1. 자전거를 살 때도 꼭 등록을, 자전거를 중고로 살 때에도 꼭 방범 등록의 소유주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2. 밤에는 꼭 라이트를 켜야 하고, 자전거는 2명이 타면 안 된다. 음주단속처럼 불시에 단속 할 때가 있다.
3. 자전거 분실 시에는 근처 交番파출소에 가서 분실 신고를 하면, 운 좋을 경우 찾을 수 있다.
4. 자전거 파는 곳에 가면 자전거 바람은 친절하게 공짜로 넣을 수 있다.
5. 역 근처에 무단으로 자전거 세워두었다간 분실되거나 견인되거나 둘 중의 하나를 경험할 수 있다.
6. 자전거는 잘 비교하면 8,000엔대부터 구입가능!
7. 직접 타보니 접이식 자전거보다는 ママーチャリ엄마 자전거가 최고! 바구니가 있어 장을 볼 때도 좋고 기동성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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