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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노닥거리기 좋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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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을이 왔다. 
여름, 지겹게도 온몸 가득 휘감던 후덥지근한 기운이 물러가고 마음을 달래주듯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가을이 찾아왔다.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에(내 땀의 절반 이상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질척질척 들러붙는 
그 짜증 나는 기분을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지 알만도 할 터.

살랑이는 바람이 여름 기운을 앗아가 버리며 가을이 찾아왔다.




잎사귀는 아직 연둣빛 그대로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지만, 살랑이는 초가을 바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얼마나 좋은지.
아직 추석 귀향길에 오르지 않은 나와 절친 우쿠, 그리고 서울이 고향인 절친 옥여사와 갑작스레 약속을 잡아
한강을 찾은 것도 날씨 좋은 가을날을 이대로 보내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요약하자면 한강에서 노닥거리기 좋은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여름엔 한강에서 치맥하기 좋은 계절.)




한강이니 1차는 가볍게 맥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2차 요거트.
이 미묘한 조합은 어찌하다 생겨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늘 그랬듯 건전하고 유치하게 먹고 노닥거리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가을바람만큼이나 가볍게 흘러나오는 다양한 이야기에 깔깔거리며 웃어대기 바쁜. 
무겁지도 않고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저 이런 날씨에는 잎사귀 흔들리듯 살랑이는 그런 대화가 딱 맞다.


 


막 배우기 시작한 우쿨렐레에 필살 연습을 잠시 하다가, 고난도 셀카샷에 도전하기도 하고.(이것이 발셀카다)
잔디밭에 널브러져 늘어지게 낮잠을 자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그런 계절, 그런 계절이 찾아와서.. 아! 좋다!




서툴게 울리는 우쿨렐레의 선율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어느새 잠자리도 날아왔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날개를 두 손가락으로 잡아다가 발버둥치는 잠자리의 발악(?)인 따꼼거림을 즐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아 조용히 지켜보면서 만족. 보자 요 녀석은 고추잠자리는 아니고 된장잠자....흠흠.

나름 썰렁한 유머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한 건데 진짜 '된장잠자리'가 있다는 사실에 흥분!
참고문헌 : 한국 잠자리 생태도감 (네이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23239&cid=2688&categoryId=2690




오늘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코스모스 촬영이다.
활짝 핀 것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꽃망울을 터뜨린 코스모스밭이 있단 이야기에 카메라를 챙겨 들고 왔던 것.
예쁘게 핀 코스모스는 초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듯 살랑이는 바람에 유연하게 움직이고
밭을 뭉개지 않는 선에서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 그 모습을 담아낸다.




집에 와서 사진을 꺼내보니 생각보다 예쁘게 찍히지 않아 코스모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고.
다음 주쯤에 만개를 기대하며 또 한번 오자는 계획을 짰기에 그때는 오늘보다는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바람은 살랑이고 코스모스는 춤을 춘다. 하늘은 높고 나는 살찐다.(?) 
이렇게 가을이 찾아왔다. 한강에 앉아 그저 노닥거리기에도 벅찬 그런 계절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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