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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이네는 지금쯤 어디에? :: 영화 '국제시장' CGV 라이브톡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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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꽃분이네는 지금쯤 어디에? 
영화 '국제시장' CGV 라이브톡 현장

영화제목을 '꽃분이네'로 했으면 조금 더 감성적인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글자의 단어가 빚어내는 묘한 울림. 결국, 타이틀은 '국제시장'이 되었지만,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은 건 단연코 '꽃분이네'다. 

서론이 좀 돌았다. 뜬금없이 시작한 오늘의 이야기는 결국 영화 '국제시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인데, 단순한 시사회가 아닌 'CGV라이브톡'을 통해서 만나고 왔다.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 씨네 21의 주성철 기자, 그리고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 강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행사. '꽃분이네'를 두서없이 꺼낸 그 현장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내용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CGV 라이브톡?

오랜만의 소셜리포터즈 활동이다. 그동안 다양한 시사회의 기회가 쏟아졌지만, 직장생활을 하며 시간을 맞추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사실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해 민망하던 차였다. 쌓인 일을 정리하고 오랜만에 참여한 프로그램은  영화 '국제시장'의 CGV 라이브톡

CGV 라이브톡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된 행사다. 개봉을 앞둔 영화를 대상으로 CGV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영화의 뒷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나누는 자리이다 보니 인기가 많다고. 이번 CGV 라이브톡은 감독과 주연배우들로 채워지던 이전 라이브톡과 달리 한국사 전문가인 설민석 강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 이미지 크기상 제외될 수밖에 없었던 오달수배우님께 사과의 말씀을..


영화 국제시장?

오늘 본 영화 '국제시장'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현대사'로 이야기될 수밖에 없는 시절의 이야기다. 저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모든 힘든 일을 겪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텐데란 생각이 들 정도의 일들이 그들의 어린시절, 중장년기에 거쳐 일어나고 영화는 회상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영화 <국제시장>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 좌측부터 방송인 김태진, 윤제균 감독, 주성철 기자, 설민석 강사


3박자가 잘 어우러진 국제시장 라이브톡

이번 라이브톡 행사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행부터 내용까지 꽤 잘 짜여졌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 4가지의 굵직한 사건의 역사적인 배경을 풀어주는 것은 설민석 강사가, 영화에 대한 짧은 평과 관객들이 가질만한 궁금증은 씨네21의 주성철 기자가,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는 윤제균 감독이. 이 모든 내용을 하나로 연결해주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은 방송인 김태진이 맡아 '국제시장'이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영화 국제시장 속 뒷이야기 

이번 라이브톡에서는 국제시장의 찰영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캐스팅의 비화에서부터 촬영기법적인 이야기까지. 부분적으로 느껴졌던 연출과 관련한 의문점도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라이브톡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Q. 영화 속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역할을 맡은 '장영남'씨와 '정진영'씨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주성철기자)

 A. 배우 중 가장 캐스팅이 힘들었던 배우 두 명 중 하나가 '정진영'씨였다. 아버지 역할은 분량에 비해 극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그 역을 꼭 정진영씨여야만 했다. 당시 영화 '찌라시'를 촬영 중이었는데 스태프 10명이 숙소로 쳐들어가 설득했다.

장영남씨의 보기에는 강인한 이미지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여성적이다. 인간적으로도 좋은 심성을 가지고 있어 언제고 꼭 한번 작품을 해 보고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영남씨가 황정민씨의 대학 후배더라. 극에서는 황정민씨의 엄마로 나온다. (윤제균 감독)


 Q. 다른 역할들이 청년시절과 노년시절의 배우가 달랐던 것과 비교하자면 두 주연배우(황정민, 김윤진)는 중, 노년은 비롯 청년시절 까지 연기하게 했더라..(주성철 기자)

 A. 그래서 모르시겠지만, CG가 들어갔다.(웃음) 해운대의 경우가 보여주는 CG였다면 국제시장은 모르게 사용한 CG인데 40대의 배우가 20대의 얼굴을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서 황정민씨가 고시학원에서 쫓겨나는 장면에서부터 결혼식 후 피로연 장면까지는 CG가 처리된 장면이다. 일본의 광고 CG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통해 작업을 한 것이었는데, 김윤진씨에게 '시리때보다 예쁘게 해주겠다'라고 말했더니 매우 좋아하더라. 막상 작업물을 처음 받았을 때 오달수씨가 짱구와 비슷해져서 모두가 웃었는데 김윤진씨가 자기도 그리되는 건 아닐지 걱정했었다. (윤제균 감독)


 Q.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막순이 역을 했던 배우가 인상적이었는데..(주성철 기자)

 A. 처음 언급했던 캐스팅이 힘들었던 배우 두 명 중 한 명이 바로 막순역을 맡은 '초이 스텔라 킴'이다. 한국어를 못하는 교포역할을 위해 미국 전역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마음에 드는 배우를 찾지 못했다. 그 와중에 조감독이 가지고 온 유튜브 영상을 보고 어렵게 캐스팅하게 되었다. 이산가족상봉 장면은 남원 KBS홀에서 촬영했는데, 그날 황정민씨와 초이 스텔라 킴을 인사시키려고 하니 황정민씨가 촬영 후에 보겠다며 거절했다. 상봉의 순간을 살리기 위한 '감정'을 위해서였는데 그 연유에서인지 멋진 신이 만들어졌다.(윤제균 감독)


 Q. 실제 그 시대의 유명 인물을 영화 곳곳에 일부러 배치한 이유는? (주성철 기자)

 A. 국제시장은 4개의 큰 시퀀스 위에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을 두고 진행된다. 각 시퀀스마다 감정의 폭이 크다 보니 중간의 쉬어가는 부분을 넣고 싶었다. 그런데 이 부분까지 주요배우들에게 맡기기엔 무리가 있어 그 시대의 아이콘들을 넣었다. 사실 '차범근'씨를 넣고도 싶었는데, 시대가 맞지 않아 넣지 못한 점도 있다. (윤제균 감독)





구슬픈 현대사, 그 속의 감동

행사에 참여한 설민석 강사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현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머나먼 이야기도 아닌데 잘 몰랐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흥남부두에서 철수하는 메러디스호에 14,000여 명의 피란민이 타, 많은 이들이 구사일생하였지만, 사실상 메러디스호에 탈 수 있었던 인원은 열댓 명 남짓이었다고. 몇만 톤에 다다르는 군수물자를 버리고 낯선 이국땅의 피란민을 태우는 것을 결정한 이야기를 들었을 땐 이를 모를 그 이방인 선원들에게 어찌나 감사함이 느껴지던지.



영화 '명량', '역린' 등에 이은 설민석 강사의 ''국제시장' 현대사 강의는 CGV라이브톡이 아니더라도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우리 부모님 세대의 현대사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꼭 챙겨보길. 흥남부두에서 처음 배에 탔던 인원보다 내릴 때 오히려 5명이 더 늘었단 이야기는 분명 묘한 감동으로 다가올 테니 말이다.




국제시장은 어떤 영화였나

국제시장은 시놉시스만 봐도 대략의 분위기를 알 수 있듯 전형적인 감동코드를 탄다. 이번 해 가장 큰 히트를 쳤던 '명량'이 애국심을 바닥에 깔고 이야기한다면, 국제시장은 가족애를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영화다. 잔잔한 감동보다는 역사적 배경이 그러했던 것처럼 주인공에게 닥치는 사건의 전개는 격하게 몰아치고 그때마다 관객들로 하여금 쉴 틈 없이 눈물을 뽑아낸다. 

이러한 가족을 위한 희생은 현세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들에겐 버겁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고 넘기고. 무언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과도한 설정의 연속은 '왜 굳이 그렇게까지..'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했다.

어쩌면 영화 속 자식들이 주인공인 아버지를 보며 '왜 그렇게 꽃분이네에 집착을 하는지..' 라고 말하는 부분은 영화 보는 내내 내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그 묘한 불편한 감정을 아들들의 입을 통해 뱉어낸 것만 같다. 모든 희생을 짊어졌던 아버지에게 꽃분이네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자랑거리이자,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짐과도 같았던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남던 그 묘한 불편한 감정. 나는 가족을 위해서 그만한 희생을 할까하는 의문. 그런 복잡한 생각이 들었던 영화가 바로 국제시장이다.




문득 지난 주말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시대는 변하였고 그때와 분명히 환경은 달라졌지만, 엄마는 나와 형제들을 위해 분명 포기한 것들이 많았을 거다. 엄마에게 있어 '꽃분이네'같은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꿈꿔왔던 것을 포기하고, 희생을 감내하면서 지키고 싶었던 것. 이 영화를 엄마와 봤다면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엄마는 삼 형제 키우느라 힘들었겠네."
"힘들었지, 힘들어도 어쩌겠노. 내 자식들인데."



이 글은 'CJ소셜리포터즈' 자격으로 행사에 초대받고 적은 글입니다. (라고 적으면 되나..)
글 속에 사용된 영화 '국제시장'의 스틸컷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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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 Panasonic GF1,  G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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