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해가 지는 방향은 동쪽일까 서쪽일까?
이 질문에 순간적으로 어디인지 헷갈린 분들이 있다면 '서쪽'이 맞으니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해가 동쪽에서 떠서 남쪽이 아닌 북쪽을 지나서 서쪽으로 진다는 것이 다른 점. 각설하고, 갑자기 방향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러하다.
일 마치고 온 오후, 문득 지는 노을이 보고 싶어서 구글맵을 확인해보니 집 근처에 바닷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 노을을 보러 바닷가에 가자는 충동적인 생각으로 차를 타고 출발했다. 요즘 호주는 여름인지라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저녁 먹고 느긋하게 출발하는 것임에도 아직 해는 그대로였다.
내비게이션에서 바닷가 근처 도로를 찍고 출발해서 가는데 가까워질수록 무언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동차 사이드미러로 우리 뒤로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헛!
방향치인 나에게 해가 지는 방향도 제대로 몰랐크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냥 바닷가에 가면 볼 수 있겠지란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은 것 뿐이다. 어쨌든 차에서 내려 집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잠시 구경하면서 있었다. 음.. 반대로 가야 했었나 역시.
근처에 차를 대놓고 일단 좀 걸어보기로 했다. 처음 와 본 곳인데 어둑어둑해질 무렵 인적이 드물어 약간 무서운 기분도 살짝 들었다. 다행히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산책을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안심하고 둘러볼 수 있었다. 문득 예전에 본 '춤추는 대수사선' 드라마에서 주인공 오다유지가 엔딩크레딧에서 걸어가던 강변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판을 보니 분위기와는 달리 꽤 귀여운 이름을 가진 곳이다. Cherry Creek Drain.
조그마한 강이 바로 바다가 되는 지역인지라 수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주변에 돌이나 갑자기 깊어지는 지형도 있어 위험하기 때문.(그런 것보단 비릿한 바닷냄새가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는 않기에 수영은 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지만) 어쨌든 수영보다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서 멋진 바다풍경을 보면서 라이딩을 하는 쪽이 훨씬 괜찮아 보이는 곳이었다.
해가 서쪽으로 슬 넘어가고 어두워진다 싶어져서 바로 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싶어 돌아갈 땐 반대쪽으로 가 보았는데, 이게 웬걸. 훨씬 멋진 바닷가가 펼쳐져 있었다. 오늘의 실수는 더 멋진 결과를 나았으니 다음번에는 제대로 이쪽 바다로 와 보기로. 오늘도 이렇게 여유롭게 보내는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