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와 머레이의 호주 오픈 남자 싱글 결승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이 시간, 나는 호주 오픈이 끝나기 전에 포스팅을 하리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내려간다. 멜버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얻게 된 행운이라면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를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호주 오픈(테니스)다.
테니스 자체가 한국에서는 인기종목이 아니다 보니 잘 몰랐던 것도 사실인데 호주 오픈은 윔블던, 프랑스, US와 함께 4대 메이저 테니스 경기 중의 하나로 유명한 스포츠 행사다. (4곳에서 개최되는 경기를 다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한다.) 유명 선수들이 나오는 빅매치는 보지 못하더라도 직접 눈으로 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여 오전에 시티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이미 빅매치 경기가 매진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금전적으로도 큰 부담이 없는 그라운드티켓(메인게임을 제외한 그 외 작은 코트 경기는 볼 수 있다)을 사서 한국인 쥬니어 선수 경기와 유명한 여자선수인 세리나 윌리엄스의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자 한게 나름 목표였다.
온라인에서도 그라운드 티켓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남은 티켓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페더레이션 광장으로 향했는데 이게 웬걸. 제법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메인경기 티켓을 사러 왔겠지.. 뭐 그런 생각으로 긴장감 없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티켓부스의 직원이 나와서 모든 티켓이 매진되었다는 말을 했다. 혹시나 생길 취소 티켓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법 외에는 딱히 도리가 없는 상황. 취소 티켓이라도 구해보려고 온라인에 접속했지만, 이미 그것마저도 불가능했다. 이 날은 유명한 선수인 아자렌카와 세레나 윌리엄스, 페더러의 경기가 잡혀 있다 보니 그라운드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이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문득 티켓부스 옆을 보는데 페더레이션 광장에 있는 큰 화면에서 테니스 경기를 중계해주고 있었다. 그냥 가기는 아쉬워 저기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시청 중이었다.
편안한 의자는 이미 다들 차지한지라 이용하진 못했지만, 큰 파라솔 밑 그늘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 것도 참 괜찮았다. 여자 랭킹 1위인 아자렌카와 한국계 선수인 햄프톤이 꽤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던 터라 같이 손뼉도 치고 환호성도 보내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문득 2002년 월드컵 응원 때가 생각나더라는.
앉아있기가 불편하면 누워서 봐도 되고 싸온 도시락을 먹어도 되고. 경기가 지루하다 싶은 챙겨 온 책을 읽기도 하고. 남들 눈치 살피지 않으면서 테니스 경기를 시청하는 호주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경기장보다 여기서 보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점심도 사 와서 먹으면서 두어 시간 테니스 경기를 보다가 늦어지기 전에 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페더레이션 광장에 있는 멜버른 비지터센터도 호주 오픈 시기를 맞이하여 요렇게 변신. 왼쪽부터 조코비치, 스토서, 나달, 윌리엄스, 페더러. 나달은 위염으로 이번 오픈에 불참했으니 광고찍은 것이 조금 민망해질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이 멋진 선수 중에서 우승 할 수 있는 선수는 딱 2명. 이때까지만 해도 누가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호주사람도 외국에서 경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 요즘 멜버른은 북적북적했다. (특히 내가 일하는 호텔은 너무나도 바빴다.) 게다가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아 테니스를 잘 몰라도 분위기로 다 같이 즐길 수 있었달까. 호주 오픈이 끝나고 멜버른은 한동안 조용할까 싶었는데 3월엔 F-1이 개최된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 멜버른의 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마무리하는 이 와중에 남자 싱글 결승, 노박 조코비치가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