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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서 만들어지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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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티 한복판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음악이 들려오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공짜 음료수를 나눠주는 것도 아닌듯한데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이런 구경은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나다. ㅎ







한 남자가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코끝을 자극하는 스프레이 냄새가 조금은 거슬렸지만, 남자의 손을 보고 있자니 그리고 그의 손끝을 따라서 만들어지는 작품을 보고 있으니 냄새에 대한 불쾌함은 이미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가 싶어져서 계속 지켜보게 되는 그의 그림.







보통 그림을 그릴 때 생각하는 그런 도구는 전혀 없다. 여러 가지 색의 스프레이(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락카?)와 다양한 크기의 그릇만으로 신기하게도 그림을 그린다. 빈 종이에서 어떤식으로 그려진 것인지를 쭉 봐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그림은 완성이 되어 남자는 한 귀퉁이에 사인을 그려 넣었다. 






이윽고 그는 조심스럽게 바닥에서 그림을 떼어내 모여든 사람들에게 한 바퀴를 돌며 보여주었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멋있게 느껴지는 건 우연하게 보게 된 그의 진지한 눈빛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보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 그림을 사겠다고 나섰고, 그는 그림이 마르는 시간이 필요하니 조금 뒤에 가져가라고 했다. 








그 덕분에 나는 그림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봐도 신기한 그림이다. 스프레이로 그려낸 것은 둘째 치더라도 흐르는 계곡의 물줄기와 바위에서 느껴지는 재질감, 환상의 세계를 그대로 표현한 묘한 빛깔까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부단히도 해왔을까 싶어지는 순간이다.






그림을 그리느라 새까맣게 물든 그의 손은 당분간은 지워지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 물든 손이 조금이나마 깨끗해지기 전에 다시 어느 동네 길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우연하게 마주치는 사람들을 위해 그는 그림을 또 그리고 그릴 것이고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만이 예술이 아니라 길바닥에서 그려지는 이 그림 또한 예술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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