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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일본 여행, 오우메(青梅)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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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여행을 와 본 적이 있는 분들께 묻고 싶은 질문 하나, "오우메를 가 본 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 곳의 이름이 생소하리라고 생각한다. 도쿄 여행자들이 자주 가는 시부야나 신주쿠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짧은 도쿄여행의 한 부분으로 일정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가이드북의 어느 페이지에도 오우메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 보기 힘들다.






오우메는 일본의 소화시대(일본식 발음: 쇼와 昭和, 1926년~1989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마을로, 오우메출신의 화공 쿠보반칸이 10년에 걸쳐 그린 다양한 영화간판과 함께 레트로한 일본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역의 플랫폼에서부터 풍겨오는 옛날의 향수를 느끼며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다보면 한번쯤은 본 적이 있는 낯익은 영화 포스터 몇 점이 눈에 들어온다. 오드리햅번과 히로스에 료코의 얼굴이 뭔가 조금은 틀린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손으로 그린 간판의 매력은 그런 곳에서부터가 아니던가!






오우메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영화 간판 말고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익살맞은 표정의 캐릭터들이다. 이는 일본의 개그만화의 왕이라고 불리운 아카츠카 후지오의 만화 속 캐릭터들로, 과거 영화 간판을 그려 본 적이 있는 그가 그 시절을 그리워 하며 자신의 박물관을 오우메에 세운 것을 계기로 오우메 곳곳에서 여행자들을 반겨주고 있다.






앞서 설명한 아카츠카 후지오의 박물관을 비롯, 소화 레트로 상품 박물관과 소화 환등관 이 3곳은 오우메를 찾는 이들이 놓쳐서는 안되는 관광 명소. 개인적으로는 레트로 상품 박물관 안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함께 갔던 분들의 일정으로 아쉽게도 내부까지는 둘러보지 못했다. 자신이 흥미가 있는 곳만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지만 3곳 모두를 방문하고 싶다면 역에 배치된 할인권을 꼭 챙기도록 하자. 100엔 할인된 가격인 800엔으로 모두 방문이 가능하다. 






마을 정류소의 한쪽에도, 주차장 공터에도 그 시절 그 때의 영화간판들은 위화감 없이 마을의 분위기와 어울려 그 시절 그때의 정취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비단 영화 간판 뿐이랴.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쓰여진 쌀집의 가격표 하나, 손으로 만든 듯한 어설픈 우편함 마져도 마을 전체의 분위기를 소화시대로 되돌리고 있다.






마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문득 배가 고파졌다. 동행한 나카노상의 추천으로 가게 된 소바집 타이쇼우안(大正庵、たいしょうあん). 약간은 낡은 듯한 외관이 이 가게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대정(大正たいしょう)시대 원년인 1912년 창업한 소바가게로 98년에 걸쳐 내려오고 있는 역사가 매우 오래된 집이다. 그래서일까? 맛 또한 일품이라 국물까지 싹 먹었다.






오우메의 놓치지 말아야 할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는, 몰래몰래 숨어있는 고양이들이다. 때론 정류소의 버스기사로 때론 이발소의 손님으로 숨어 있는 고양이들을 놓치지 않고 발견하는 재미는 오우메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마네키네꼬와 관련된 이벤트를 열었던 것을 계기로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마을 곳곳에 존재하게 된 것. 그래서 소화의 마을 오우메는 한 편으로는 고양이의 마을로 불리우기도 한다.






오우메에서 꼭 찾아가고 싶었던 곳은 2년전, 오우메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본 아주 작은 야채가게였다. 골목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이 야채가게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보물찾기에서 숨겨놓은 쪽지를 찾아내었을 때와 비슷하달까. 성심성의껏 직접 재배한 야채들을 종류 구분없이 모두 100엔에 판매하고 있는 가게로 언뜻봐도 그 신선도는 짐작할 만 하다. 야채의 종류가 많은 것도 이쁜 포장에 담아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주인아저씨의 정성은 이 가게의 가장 큰 장점.






늬엇늬엇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오우메 거리의 매력은 한층 빛을 발한다. 허름하지만 영화간판과 함께 멋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반가게, 우산가게, 옷가게.. 이 곳을 걸으면 시간의 흐름이 느릿하게 변한다. 도심의 북적거림과 빠른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전철을 타고 찾아가 보자. 한적한 마을 오우메. 옛 풍경과 함께 현재와는 다른 시간이 흘러간다. 




오우메 여행시, 체크하기!


- 가는 방법: 신주쿠에서 JR中央線青梅特快(ちゅうおうせんおうめとっきゅう) 을 타는게 가장 편하다. 

전광판에 오우메 방향인지를 꼭 확인하고 전철을 타자. 그렇지 않으면 타치가와(立川)에서 환승을 해야할지도.

오우메행은 전철 수가 많지 않으므로 미리 검색을 해 보자.

- 월요일은 박물관이 쉬는 날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월요일이 휴일이 될 경우 화요일에 쉬기 때문에 일정을 잡기 전에 체크할 것!


- 소화 레트로 상품 박물관: http://showa-retro.omjk.jp/   

- 아카츠카 후지오 회관: http://akatsuka-hall.omjk.jp/ 

- 소바집 타이쇼우안 :  http://restaurant.gourmet.yahoo.co.jp/000117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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