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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못 사본 차를 호주에서 사다니!



호주에 오기 전 나는 호주에서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세 가지가 있다. 바로 일명 '농장을 탄다'라고 하는 농장일을 하는 것과 지역이동, 자동차 구매이다. 농장일보다는 일반 음식점에서 일하며 영어를 쓸 기회를 늘리고 싶었고, 한 지역에서 적응하면서 오래 있고자 했고, 그래서 당연히 자동차를 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농장일을 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차를 샀으며(물론 운전은 우쿠가!) 결국 지역을 이동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은 그 중의 하나, 자동차 구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방법 하나, 중고차 판매장에서 직접 살펴보기
차를 사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크게 2가지로 그 중 하나는 직접 중고차 판매장에 간 것이다. 때마침 농장 근처에 대놓고 싸다고 적어놓은 매장이 있길래 찾아 가 보았다. 중고차 판매장에서 딜러를 통해 사는 차는 안심하고 살 수 있고 여타의 서류과정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지만, 가격이 개인 매물들에 비해서는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날 찾은 매장에서는 4,000달러에서부터 시작되는 차들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워홀러들이 사기에는 조금 비싼 편. 그래도 우리는 두 명이서 차를 사려고 했기에 그중에서도 가격대가 괜찮아 보이던 Ford사의 Laser이라는 차를 선택해서 직접 타 보기로 했다. 이렇게 타려고 하는 매매용 차에는 아직 번호판이 없고 Dealer Plate가 붙어 있다는 게 주목할 점!




차를 출발하기 위해서는 일단 전기충격과 밥을 줘야 했다. 차를 잘 아시는 분들이 듣기에 이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운전면허도 없는 내 눈에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방전된 배터리를 살리고 적당히 시운전을 할 만큼의 기름을 넣고서야 시동이 걸렸다. 




사실 우쿠도 흔히 말하는 장롱면허이기에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차를 몬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시험 운전은 마스터 동생 쉐프강의 도움을 빌려서 해보기로 했다. 딜러에게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맡긴 뒤 차 열쇠를 받고 근처를 한번 슈웅~ 쉐프강의 다년간의 운전경험(장군 모시던 운전병 출신)으로는 문제없이 괜찮은 차로 판명되어 사기로 이때까지는 결심했다.




차에도 큰 문제가 없고, 가격대도 나쁘지 않아 사기로 결정하고 바로 신속한 서류작업이 들어갔다. 딜러를 통해서 살 때의 장점 중 하나인 복잡한 절차를 대신 해주기! 보통 직접 구매를 하였을 때에는 Transport center에 가서 직접 등록을 해야 하는데 딜러는 컴퓨터 하나로 바로 그곳에서 가능하더라는.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 못한 것이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차를 구매하기에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는데, 그 서류가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던 것. 그래서 일단은 보증금을 먼저 500달러를 걸고 남은 서류를 챙겨 들고 다음 날 돈과 함께 찾아가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500달러의 선금을 내고 받아 온 서류. 사실 서류를 받아올 때만 해도 드디어 차가 생기는가 하고 '삐삐'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좋아했는데, 막상 운전을 해야 하는 우쿠는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연식에 비해서 차 가격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그래서 우리는 결국 100달러(포기할 때 떼이는 보증금같은 개념이랄까) 내고 이 차를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깝다. 100달러..;ㅁ;




방법 둘, 직접 개인 매물을 찾아 나서다!
그리하여 우쿠와 나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개인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때 이용한 사이트가 카세일즈닷컴과 검트리. 카세일즈닷컴은 개인과 딜러 매물이 섞여 있고, 검트리는 개인매물이 거의 다라고 보면 되는데, 어느 사이트를 이용하든지 직접 찾아가서 다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번거로운 것도 사실. 그리고 두 사이트를 이용할 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지역을 꼭 자신이 사는 곳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

▶직접 차를 살 때 참고할 사이트:
카세일즈닷컴 http://www.carsales.com.au/  검트리 : http://www.gumtree.com.au/




카세일즈닷컴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한 우쿠와 나는 운전병 출신의 팀과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줄 마틴까지 데리고서 직접 차를 보러 길을 떠났다. 개인매물의 안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직접 차를 보러 갈 때에는 거리가 멀면 멀수록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버스로 한 시간 거리였으니 짧다면 짧았달까.




이날 우리는 근처 지역으로 딱 2대의 차를 봤는데, 하나는 호주사람이 하나는 한국인 워홀러가 파는 차였다. 시험 운전도 해보고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본 결과 호주인이 파는 차를 사기로. 우리는 그렇게 큰 차에 매력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었던지라 경차를 원했는데, 연식도 제법 최근 것이고 풀옵션에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바로 사기로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생긴 것이 사실 사려고 했던 차는 우리가 직접 몰아본 것이 아니라 주인이 운전하고 우리가 옆에 타 있는 상태로 본 것이었다. 보통 시험 운전을 할 때는 직접 몰아보는 것이 맞는데, 이 깐깐한 호주인은 그런 판매절차를 무시하고 '보험이 없기에 직접하는 것은 안된다'란 원칙을 고수한 것. 이 원칙은 마지막 잔금을 치르고 계약서를 주고받을 때까지도 남아 있어서 사실 굉장히 찝찝했다. (우쿠가 차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안 샀을지도.)




어쨌든 차를 본 후 보증금(슬퍼..;ㅁ;)을 100달러 걸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이날 차를 살 수 있는 돈을 다 들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 사이에 판매자 또한 RWC(Road Worthy Certificate)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여기서 독특한 점 하나! 호주에서 차를 사고 팔 때는 RWC라는 것이 꼭 필요한데 이것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발급되는 차에 이상이 없나 확인해 주는 증명서로 이때 문제점이 발견되면 판매자가 다 고쳐서 팔아야 한다.

▶호주에서 중고차 사기 총정리 : http://queerock.blog.me/120152691068


이렇게 하여 우리는 딸기농장에서 일한 돈으로 조그만 차를 샀다. 이름도 치약이(Clio라는 차 이름 때문에)라고 지어주고. 뜻밖에 차에 들어가는 돈이 많아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고 우쿠와 전에 없던 싸움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조그만 녀석이 너무도 잘 달려주고 있는 덕에 참 마음에 든다. 한국에서도 못 사본 차를 호주에서 사다니, 내 워킹홀리데이 꽤 큰 사건이 아닌가! ^^ 이제 이 차와 함께 할 남은 워킹홀리데이생활을 기대해 본다.



  • 호주500불이면 일본돈으로 4만천엔인데.....그걸 포기하는구나.....헐
    근데 제일 무난한 은갈치색깔을 좋아하는군.

    • 100달러예요. ㅋ 저도 헷갈려서 다시 수정했어요.
      500달러는 일단 선금이고 그 중에서 하루만에 포기해서 100달러는 돌려받지 못하더라구요. 어찌되었든 아깝죠.
      무난한 은갈치...가 팔 때도 무난 ㅎㅎ
      제 차였다면 조금 다른 색깔을 사지 않았을까요? ㅎㅎ

  • 아...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ㅠㅠ
    차를 고르고 사는 과정에서 겪었을 맘상할 일들을 생각하니 제가 다 울컥.
    그래도 이런 과정을 겪고 산 차가 문제 없이 여행도, 멜번으로의 이사도 도왔으니 결국은 잘 한 일~!
    클리오라는 이름 때문에 치약이라는 애칭을 붙이셨다니. ㅋ 심각하게 읽다가 마지막에 '풉!'

    제 첫 차는 구형 마티즈였는데요. 당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고, 다음 목표는 '면허와 차!'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바로 다음날, 학원 등록을 해주셨다죠. (물론 돈은 제가... ) 면허를 딴 후에는 또 바로 다음날 중고차 매매상에 데려가셔서
    골라놓은 경차를 사게 하셨단... 면허 따자마자 차를 사야 장농면허가 안된다며.
    그땐... 아무리 목표라지만 아버지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는데, 지나고 보니 이 차로 뚜벅이 남편을 낚아(???) 결혼도 하고,
    절친에게 팔아 최근까지 이런저런 추억이 많은 그런 물건이 되었네요. 차는... 없을 땐 잘 모르는데, 한번 사게 되면 애완동물처럼 자꾸만 정을 주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가 그 차를 팔았단 소식을 들었을 때 왠지 서운하더라구요... ㅎㅎ
    제이유님이 전기충격과 먹이..라는 표현을 쓰신걸 보고 스쳐 지나간 많은 추억들이었습니다. ^^

    • 그래도 차 고르는 과정은 호주 오고 정착할 때만큼은 아니었던지라 제법 쉽게 끝냈어요. 히히.
      이 차 때문에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멜번까지 잘 올 수 있었으니 정말 고마운 일이죠. 예쁜 치약이 ㅎ
      전 아직 운전면허가 없어서 사실상 이 차를 운전을 해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네요. ㅎㅎ
      단점은 산책의 즐거움을 뺏았다는 것 정도? ㅋㅋ 집밖으로 더 부지런히 다녀야 하는데 말이예요...;ㅁ;

      오늘 포스팅은 그린데이님의 추억까지 들을 수 있으니 더욱 좋군요. ㅎ
      원래 운전면허는 그다지 따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는 한국가면 운전 면허를 따 두면 좋겠다 싶어져요.^^

  • 쉽지 않으면서 신경쓰이는 일이었을텐데... 결국은 '치약이'를 얻으셨네요~^ㅁ^
    외국에서 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 큰 차이더라구요. 기동력도 좋아지고 경험해볼 수 있는 반경이 확~실히 넓어지니까 말이죠~
    저도 차가 필요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한국돌아오기전에는 차를 사서 다닐 걸~하는 약간의 후회도 있었답니다^^
    치약이와 함께 더욱 예쁘고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세요~^^

    • 호주에서 정말 차를 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지금도 잘 타고 있구요. ㅋㅋ 뭔가 되게 신기해요.
      멜번은 차 운전하기가 브리즈번에 비해서 너무 어려워서 부지런히 다니고 있지는 못하지만! ㅎㅎ 열심히 다녀봐야겠어요. ^^
      헤이인조이님도 호주에 있으셨던게로군요! 오오!
      말씀 들으니 차를 산 것이 더욱 괜찮은 선택이었나란 생각도 들고 그렇네요.
      좋은 추억 더욱 듬뿍듬뿍 만들도록 하겠습니답!

    • 저는 미국에 있었어요^^ 국내나 해외나 차가 있으면 정말 보고 듣고 먹는 것의 규모가 달라지니까요~!! ^ㅁ^ 좋은 추억 듬뿍듬뿍! 부럽습니다~

    • 오우 만만찮게 큰 동네에 계셨네요 :-) 미국도 차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땅이 엄청나게 크니..^^
      좋은 추억 듬뿍듬뿍 만들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