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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소풍은 간다



일본에서, 호주에서 그리고 캐나다에서.
어쩌다 보니 내 블로그는 '여행'을 주로 써내려가는 것처럼 되었지만,
사실 나는 정확히 말하자면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블로거'다.
여행블로거라고 하기엔 여행을 참 못한다. 쩝.

'일상을 조금 더 소소하고 즐겁게 보내는 1%의 방법에 관하여'를
연구하는 것이 내 블로그의 컨셉인데 '여행'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인지 엄연히 '메인'은 아니다.
오늘은 그 소소하게 보내는 1%의 이야기에 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름 하야 '비 오는 날에 소풍을 가다'




호주에 있을 때 그리웠던 것 중의 하나가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놀기'로,
마음 맞는 사람 몇 명 모아 한강에서 노는 날을 잡았더니 때아닌 봄비가 내렸다. 게다가 춥기까지.
우리는 고민했다. 어쩔까. 취소할까. 강행할까.

취소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우리는 성산대교 아래에 텐트를 쳤다.
평균연령 삼십 대를 훌쩍 넘은 성인남녀 다섯 명이 그 비좁은 텐트에서 알코올 하나 없이 놀기 시작한 것.




드래곤볼에 나오는 '호이포이캡슐'이 생각나는 이 텐트는 그냥 집어 던지면 팟하고 퍼지며 만들어지는 신기함을 가졌다.
2인용인 작은 텐트에 다섯 명이 들어가니 어찌나 따뜻한지. 바깥 공기와는 다른 포근함에 다들 놀랐다.
사람의 온기란 참 신기하기도 하지.




비좁은 텐트 안에서 우리가 꽂힌 게임 중 하나는 일명 '그림 연상 퀴즈'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돌아가며 그린 그림으로 맞추는 참 단순한 게임이었는데,
입체파+ 추상파 화가들의 모임으로 변질 하여 알 수 없는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냈으니,
위에서부터 하나씩 맞추어보자. 정답이 무엇인지.

정답은 귀뚜라미 보일러(사진), 낙동강 오리알, 유희열의 스케치북, 모태 솔로, 팔도 비빔면(시계방향으로)가 되겠다.
안다. 나도 처음에 보고 놀란 작품들이 참 많았다.




비 오는 날에도 텐트치고 잘 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준 이들. 참 고맙다.
그리고 치는 것은 그냥 던지면 간단하게 완성되는데, 접을 때는 꽤 복잡한 텐트를
힘을 합쳐 접은 그 모습 또한 고맙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순간 생각나는 결말.
정말 재미난 날이었다. 건전하게 즐겁게 소소하게.


참, 그리고 우린 이날 텐트에서 놀기만 한 게 아니다.
엄청나게 먹었더라. 




성산대교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수타짜장면짬뽕 '강동원'
그 이름 참 특별하다 생각했더니 맛 또한 일품이었다. 별 다섯 개를 줘도 충분한 이 맛은,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탕수육, 짬뽕, 짜장을 합쳐도 압도적이었다. 특히 쫄깃쫄깃한 수타 면발이 최고!




한강 텐트 소풍 후, 차가운 몸을 달래러 들어간 카페에서 먹었던 메이플 쿠키.
캐나다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과 나눠 먹으려고 사왔는데, 다들 그 달달함에 깜짝 놀랬다.
핫초코와 같이 먹어야 그 위력이 배가 되는데, 아쉽게도 다들 음료는 자신들의 취향대로 고르더라는.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합천 돼지국밥'의 우거지 국밥.
돼지 국밥집에 가서 우거지 국밥을 고르는 이 취향은 어느 음식점엘 가도 판단실패로 이어지는데
이 집은 모든 국밥이 다 맛있었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행이기도 하지.
부산 출신 사람들이 모였기에 돼지국밥의 평가는 당연히 이루어졌고,
역시 '부산만은 못하다'라는 평을 받긴 했으나, 그래도 '그에 가까운 맛'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놀고먹었던 이날 이후 두 명은 감기로 몸져누웠지만, 정말 신 나는 하루였다.
저 멀리 가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즐기는 법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
좋은 친구들과 비좁은 텐트 안에서 두런두런 보내는 시간으로도 어찌나 즐겁던지.
인생을 즐기는 여유는 아주 소소한 것에서 시작될 수 있는 게 아니던가. 후후.
종종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음. 다음번엔 태풍이 칠 때 소풍을?!



혹시나 찾아갈 분들을 위한 불친절한 음식점 정보

1. 수타짜장면짬뽕강동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419-12
현재 짬뽕에 들어가는 홍합이 기온상승으로 인한 신선도 하락으로 다른 해물로 대체 중. 그래도 맛남. (2013년 5월 기준)
서비스로 만두 한 접시 더 주셔서 감사합니다.

2. 합천돼지국밥
02-333-0623 서울 마포구 망원1동 57-295
다 먹고 나면 요구르트를 서비스로 줘서 너무 좋다. 중요함.


  • 1%가 바로 그 1%였군요! 비오는 날의 텐트라 왠지 더 낭만적인 기분이예요 ㅎㅎ
    그나저나 강동원 특이하네요. 강동원이 데뷔하기 전부터 그집은 강동원이었을까요? ㅎㅎㅎ

    • 별거 아닌 1%...지요. 키득키득. 비오는 날의 텐트는 은근 매력있더라구요.
      사람들의 온기로 따뜻~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너무 좋았구요.
      강동원 짜장면집은 이름만 듣곤 피식 웃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름값(?)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쪽이 먼저인지는....다음에 한번 가면 물어봐야겠네요. 큭큭.

  • ㅋㅋㅋ 완전 유쾌! 너무 재밌네요! 비 오는 날 소풍가자고 마음맞는 사람들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ㅎㅎ
    그림 퀴즈, 저는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습니다. 하하.. 상상력 부족인가요 ㅋㅋ
    비 오는 날 짜장면 탕수육에, 제이유님이 사랑하는 국밥까지.. 하루종일 얼마나 즐겁게 '노셨는지' 고스란히 보입니다 +_+

    • 제 주변엔 비가와도 놀 수 있는 열정(?)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그림퀴즈는..... 못 맞추는게 정상(?)이랍니다. ㅎㅎ 제가 그렸지만 참 못그린다 싶은 그림들도 많았거든요.
      근데 나름 여기 모인 사람들이 디자인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더 압권 ㅋ
      비오는 날 논다면 얼마나 놀 수 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너무나도 잘 놀아서 행복한 하루였답니다.

  • 박죵 2013.05.07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따! 후기 찰지다 ㅋㅋ 저날 음청쌀쌀했지 입체추상파 그림맞추기 놀이 나름 재미났어 ㅋㅋ 담엔 태풍치는날 한강에서 연날리기나.....

    • 찰진 후기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흥미없어 보이는 눈빛으로 계시더니 어느샌가 즐기고 계시더군요. ㅋㅋ
      다들 그림 실력이 어찌나 놀라운지 감동했어요.
      우리 다음엔 한강에서 태풍과 함께 연날리기를 해 보아요!

  • 크하하. 모태솔로. 대단한 표현력이예요. 근데 대체 문제 누가냈대요. 유희열의 여행스케치는 대체 어떻게 맞춘단말입니까. 아무리 그림을 잘그려도 상상도 안가는 답이었어요. ㅎㅎ

    • 문제는 한명을 뺀 사람들이 카카오톡 대화창에 모여서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그 중에 압권인 걸로.. 뽑아 냈지요.
      유희열..제가 그렸는데요,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구요. ㅋㅋ
      알아볼 수가! 당연! 없는 그림이긴 했는데.. 나름 전 잘 그렸다고 생각..ㅋ
      그..감성변태의 디테일함을 표현하기엔 역시 역부족이었나봐요. 흑.
      정말 재미난 게임이었어요. 히히.

  • amaikoi 2013.05.14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텐트로 짱깨 배달시켜서 먹은줄 알았......

  • 그린데이 2013.05.14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저도 간 하나도 맞추지 못했단.
    근데 설명을 읽고보니 꽤 그럴듯 하네요~
    특히 모태솔로. ㅋㅋㅋㅋ
    아아... 거창한여행기보다 이런 소소하고 재미난 일상 속 여행이 더 재밌고 공감가고 그래요. 저도 조만간 한간 나들이를~
    (미국에서 유일하게 사온 것이 텐트라는. 아이코 무거워라~)

    • 저걸 맞추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봐야합니다.
      모태솔로는 4명의 합작품인데 그리고 나서도 이걸 알아 맞출까 했는데,
      역시 맞추지는 못했어요. '태교음악'까지가 최선이었.. ㅋㅋ
      그 무거운 텐트를 미국에서 사오시다니! 이런 멋쟁이!
      곧 그 텐트라 들어간 여행기도 읽을 수 있겠네요. ^^
      이 날은 추워서 텐트가 없었지만, 요즘은 한강에 텐트가 많더라구요.
      날 좋은 날 아이들과 함께 나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뭔가..이건 상당히 기업 블로그적인 멘트같이 느껴지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