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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전야 - 퇴사 후 나는 무엇을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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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지.
완벽하게 끝내지 못할 줄. (오열)

 

5년 반을 마무리하는 사직서

 

한동안 아니 꽤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다. 이유는 쓸 내용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내 블로그인데도 괜한 눈치가 보여 일본 여행기를 마저 쓰지 못했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사이에 나는 5년 반을 다닌 회사를 퇴사했고, 스스로 방학이라 명명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기분을 정리한 글 중 일부를 발췌하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럼 이제부터 퇴사 콘텐츠를 써내려가면 되는 것인가 싶지만, 퇴사를 결정한 거창한 이유도 없거니와 어딘가 세계일주를 떠날 생각도 없다. 그냥 할 만큼 일했고, 다음 회사를 위해 잠시 방.학.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방학. 아, 내가 생각했지만, 표현 참 기똥차다. 나는 예전부터 직장인에게도 방학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연차나 여름휴가가 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면 그렇게 깔짝깔짝 쉬는 거 말고 좀 제대로 된 쉼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싶다. '그래서 퇴사하고 길게 놀겠다는 것이냐?'고 철없는 결정 혹은 부러운 결정이라고 되묻겠지만, 나는 방학을 함과 동시에 당연히 '방학숙제'를 할 생각이다. 방학엔 역시 탐구생활!

그렇다면 방학숙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릴때야 학교에서 내어주는 과제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체 방학을 가지는 것이므로 방학 숙제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고로 직장인의 방학이란 '숙제를 무엇으로 할지 정하고 해 나가는 과정' 모두가 방학숙제인 거다. 그런 면에서 퇴직금을 털어 여행을 다녀오고 그 이야기를 남기는 것 또한 하나의 숙제가 될 수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거창한 여행 계획이 없다. 퇴직금으로 세계일주를 할 만큼 여행이 꼭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내 퇴직금은 매우 소중하다.)

 

그렇게 스스로 '자기브랜딩'이란 숙제를 내어주곤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는데, 사실 제대로 끝까지 해낸 건 없었다. 아쉽게도. 방학식 때 마음이 개학 때까지 이어지지 않는 건 뭐, 이미 어렸을 때부터 수차례 겪었던 일이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모아 독립출판을 한다거나, 유튜브를 한다거나, 스스로 로고를 만들고 이모티콘을 만드는 등등 꽤 많은 걸 생각했었는데.. (다시 한번 오열)

 

그렇다고 방학생활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계획을 크게 잡았을 뿐. 이 글은 방학생활에 있었던 몇가지 일을 정리하고자 쓰기 시작했다. 

 

 

#방학생활 #땀구생활

현석 부장님, 김지민 대리님과 함께

 

일을 그만두면서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가장 나답게 일할 수 있는 방법, 그건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과거 나와 함께 일했던 분들을 찾아뵙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 기록은 페이스북에 #땀구생활 이란 태그로 게재했다. 많은 분을 만나고 싶었던 것과 달리 중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여섯 분 정도밖에 뵙지 못했다. 

 

18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최은희 대표님,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신 최한우 사장님, 백수 시절 만나 클라이언트로 함께했던 현석 부장님, 짧은 콘텐츠 에디터 생활 때 만나 이후에 다시 클라이언트로 만났던 김지민 대리님, 외주 개발사로 함께 협업했던 서유석 팀장님, 일본 유학을 위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김인자 원장님까지. 

 

이 분들을 만나 그들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낌 공통점은 '자신의 일을 좋아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일을 좋아했던가? 그 일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를 계속 돌이켜봤다. 무언가 뾰족한 답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방학생활 #텐삼바

텐바이텐 웰컴킷과 출입증
라운지가 너무 좋았다. 또한 뷰 맛집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텐바이텐에서 아르바이트(계약직)를 하게 되었다. 집에서 놀면 뭐하냐는 대표님의 이야기로 시작한 것인데, 2달 동안 텐바이텐 SNS 콘텐츠를 관리했다. (이때 콘텐츠가 이상했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다) 이커머스 업계, 그것도 마케팅 파트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내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 시작했는데 예상만큼 좋은 분들과 함께 즐겁게 일했다. 텐바이텐 마케팅파트 분들에겐 그저 고마울 뿐. 

 

텐바이텐 SNS 주 타겟층에서 벗어난 연령대다 보니 콘텐츠 소재를 찾기 위해 트위터 계정을 팠다. 배워서 젊은이들의 말을 쓰는 것부터 이미 젊은이가 아닌 거지만, 어떡하겠나. 그렇게라도 노력해야지. 이제야 말하지만, 텐바이텐 관련 트윗에 댓글 달고 싶은 마음은 꾹꾹 참았다. (텐바이텐은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만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벤트 당첨 너무 안된다며..이벤트로 직원들 월급 주는 것 아니냐는 글 같은 것들.(당연히 아닙니다)

 

콘텐츠 쓰다 마음에 들어 직접 산 물건들도 제법 있는데 텐바이텐에서 근무하면 월급을 텐바이텐에 쓴다는 말은 진실이다. 생각보다 많은 다꾸러(다이어리 꾸미는 사람들)들의 글을 보다 문구 제품을 몇 가지 사기도 했다. 1, 2월 쇼핑 리스트에 텐바이텐에서 산 것들이 제법 되더라. 

 

 

#방학생활 #자반아

자반고등어에서 착안,  늘 반성과 후회의 소금을 뿌리고 있다

 

앞서 말했듯 자기 브랜딩을 하고 싶었다. 멋진 로고를 만들어서 명함도 파고 싶었고, 브이로그도 해보고 싶었고. 시간이 없었던 건 분명 아닐 텐데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려웠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생각만 했던 이모티콘 초안을 그려보는 걸로 이 숙제는 대신한다. 

 

자기반성의 아이콘인 나를 캐릭터화 한 것인데. 줄여서 자반아다. 반성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나 자신을 표현한 것인데 자기반성이 언젠간 자기 감사의 아이콘이 되길 늘 꿈꾸고 있다.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서 카톡에 등록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했는데 근근이 그리는 수준이라 이 정도로 우선 만족하기로. 

 

 

 

퇴사 후 약 5개월의 시간. 일명 방학생활은 오늘부로 끝이 날 예정이다. 좋은 기회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있지만, 방학 동안 나를 더 알게 되었다는 면에서는 만족한다. 어차피 완벽하게 다 해낼 수는 없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방학생활 동안 나에 대해 들여다 보고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나답게 했음 했는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그렇게 해낼 수 있게 되길 빌며 방학생활을 마무리한다. 

 

이제 개학이네.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아이폰 11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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