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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미츠와 베이커리는 빵을 굽는다

밤 10시에 빵을 굽는 가게란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가게들이 문을 닫으려고 준비하는 시간, 왜 그 빵집은 빵을 굽는 것일까.


경영 서적 제목 같지만, 맛집 소개다.

도쿄여행의 목적은 이미 앞선 포스팅에서 여러 번 '자기반성', '자아성장' 등의 허울 좋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여행 다녀온 사진을 보자면 이것은 '먹방여행'이 따로 없다. 먹기 위한 여행. 사실 줄기차게 먹긴 했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굳이 여행까지 와서 다이어트 운운한다면 스스로가 꼴불견일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가이드에 나온 맛집은 가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계획이었다 보니 가이드 자체가 없었다. 어차피 타고난 방향치라 맛집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무리기도 했다. 그러니 가이드에 나와 있는 맛집,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맛집은 자연스레 못 갔던 것이고 만나는 현지 지인들의 추천 맛집으로만 다녔다. 그러다 소개받은 곳이 미츠와 베이커리(みつわベーカリー)다.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진한역사


밤 10시에 빵을 굽는 가게

처음엔 밤 10시에 문을 여는 빵집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밤 10시에 문을 연다니. 골목길 헤매다 발견한 가게를 홀리듯 들어갔다 나왔더니 가게가 사라지고 없는, 그런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상상했다. 그러나 빵집에 도착하고 주인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은 문을 10시에 여는 것이 아니라 '빵을 10시에 굽는다'는 것. 가게는 오전에도 영업한단다.


역 뒤편 으슥한 골목으로 

이케부쿠로 역을 빠져나와서 구글맵 하나에 의지해 빵집을 찾아 나섰다. 방향치다 보니 5분도 안 걸릴 거리임에도 더 시간이 걸린 듯도 하다. 게다 '이런곳에?' 란 생각이 들거란 추천인의 이야기처럼 큰 길가가 아닌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빵집을 찾을 수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저녁 장사에 나선 호스티스들과도 자주 마주친다. 괜스레 고개를 숙이게 되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 이 빵집은 어떤 곳이기에 캬바쿠라(キャバクラ)골목에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때 즈음 빵집에 도착했다. 


오래된 이 느낌, 엔틱이라고 표현할까



새롭지 않다. 맛있는 빵집이란 추천사에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반짝반짝한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엔틱'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만 같은 파티시에의 동상부터가 그랬다. 뭐 맛집은 원래 이런 곳이니까라고 에둘러 생각하면서도 생각보다 훨씬 수수하기만 한 외관에 적잖이 당황한 건 사실이다. 

미츠와 베이커리 판매 1위, 메이플넛츠빵

외관만큼이나 수수한 내부, 게다 빵의 가짓수도 생각보다 적었다. 반겨주는 주인 또한 할머니다. 이곳은 그냥 봐도 꽤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빵집임이 틀림없었다. 



“이 주변엔 밤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거든.
그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 굽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된 거지.”


왜 빵을 10시에 굽는지에 대해 묻는 나의 질문에 할머니는 ‘요루쇼바이(夜商売,한국식 표현으로 물장사를 칭하기도)’라는 표현을 들어 설명했다. 이곳을 찾아올 때 봤던 호스티스들 생각이 다시금 났다. 이 빵집은 낮 손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늦은 시간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곳이기도 했던 것. 


늦은 밤, 허기진 이들을 채워주는 빵

그래서인지 모양도 맛도 화려함은 쏙 빼고 따뜻하단 느낌을 받는다. 크기도 큼직하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이곳의 빵은 수수함 그 자체다. 그렇지만, 심신이 고단한 어떤 이들에게는 분명 영양 만점의 아주 따뜻한 빵임이 틀림없었다.

얇게 부드럽게 쌓인 페스트리층이 곱다


혼자서 먹기엔 제법 큰 빵을 하나 사 들고 나왔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메이플 너츠빵이다. 하얀 설탕이 빵 위에 발라져 있는 그냥 봐도 달달함이 물씬 풍기는 빵은 조금만 먹겠다는 의지와 달리 다음날 아침으로 다 먹어치워 버렸다.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어준 이 빵은 이케부쿠로를 가게 되면 또 가 봐야 할 나만의 맛집으로 기록될 것만 같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이들을 위한 따뜻함이 있는 곳,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지친 여행자에게도 이 얼마나 달달한 위로였는지. 


덧. 한국에서 아직 이 빵집을 소개한 블로거가 없다. 고로 내가 일빠. 훗.



미츠와 베이커리(みつわベーカリー, MITSUWA Bakery)
위치 : 〒171-0014 豊島区池袋2-16-14
찾아가는 방법 : 이케부쿠로역 C1출구에서 도보로 약 3분
영업시간 : 08:00 ~ 2:00(월~토) / 09:00 ~ 1:00(일, 공휴일)

Copyright © 2016 신난제이유 / 사진 및 글에 대한 불펌을 금합니다.
오타 및 잘못된 내용의 수정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Camera : Panasonic GX1



  • 그렇군요! 마치 심야식당이 생각나는 그런 빵집이네요. 그러고보니 출출해집니다. ^^

  • 일빠 훗 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빵 터졌네요 ㅎㅎ 메이플너츠빵 너무 맛나 보여요~

  • Bang 2018.12.15 1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2년 전 쯤 어느 블로그에서 보고 이 빵 가게에 찾아 가 본적이 있는데
    아마 제가 이 블로그를 보고 간거같네요

    한국에서 일빠로 작성 하셨다니 ㅎㅎ
    일본여행중 숙소가 이케부쿠로 역에서 북쪽 이라
    밤에 메이플 넛츠 빵이랑 야끼소바 빵을 하나씩 사서 숙소에 돌아가 먹었는데
    메이플 넛츠빵이 정말 맛있엇던거 같아요 ㅋㅋㅋ

    올해 12월말쯤에도 그때랑 같은 숙소에 묵게되었는데
    그때처럼 밤에 한번더 방문해봐야 겠군요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우. 글 쓴 보람이 있네요. 가신 분이 있다니!!! 메이플 넛츠빵이 맛있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어요. 아무래도 맛이란 것이 개인차가 있다 보니... 정말 기쁩니다.

      아직도 한국에선 제가 일빠인거 같네요. 아무래도 예쁘거나 화려하거나 뭔가 특징있는 빵집은 아니라서 관광객이 찾는 곳은 아닌 듯해요. bang님이 이곳을 찾은 것도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올해는 일본 여행을 못 갈듯 하니, 제 대신 꼭 맛있게 드셔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