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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향하는 좌충우돌 사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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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no.01 : 호주달러를 내놓아!!! [2012년 3월 25일, 중곡]

그러니까 우리는 호주달러를 너무 쉽게 봤다. 은행 문이 닫히기 30분 전에 너무나도 여유롭게 은행에 환전하러 간 것이다. 당당하게 호주달러를 요구했던 우리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호주달러가 없다." 라는 말을 듣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호주달러는 엔화나 미화와는 달리 많은 양이 없었던 것이다. 돈을 뽑아서 다른 은행으로 찾아가자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쿠는 은행카드는 안 들고 왔었다. 털썩. 

우리는 송금을 보낼 때의 수수료가 아깝다는 생각에 돈을 몽땅 환전한 후, 호주에 가져가 바로 통장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는데, 이대로라면 공항에 가서 엄청 비싼 환율과 수수료를 물면서 환전을 해야 할 판이었다. 털썩. 어쩔 수 없이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공항에서 환전을 아침 일찍부터 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고객센터에서 뜻밖에 좋은 팁을 주었다. 바로 사이버 환전! 그나마 공항에 직접 가서 하는 것보단 우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이버 환전도 시간대에 따라서 한도가 있으니, 환전은 미리미리 여유 있게 해 두고 은행 중에서도 우리은행 유학이민센터 쪽이 대량의 호주달러는 보유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사건번호 no.02 : 아시아나는 너무 착해 [2012년 3월 22일, 인천공항]

드디어 호주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절친 우쿠빵과 나는 전날까지도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앞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의 원인은 모두 이 '짐'에게 있다. 짐이란 녀석만 아니었어도 우리의 호주행은 무척이나 산뜻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 타고 갈 비행기는 10시 인천 출발 아시아나로 도착지는 나리타다. 대한항공에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직항이 있기도 하지만, 가격선에서나 도쿄여행을 하고 싶던 마음에 경유를 선택했다. 그래서 인천--(아시아나)--나리타--(콴타스)--시드니--(콴타스)--브리즈번의 여행 루트가 완성이 되었다. 보통은 싱가포르가 경유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따로 문의해서 돈을 조금 더 내고 일본 경유로 바꾸었다.

사실 나와 우쿠가 가장 염려스러워했던 부분은 우리의 수하물이었다. 미리 알아본 바로는 탁송수하물(미리 붙이는 짐)은 아시아나는 20kg, 콴타스는 23kg까지가 규정 무게였기 때문에 이를 넘지 않도록 캐리어에 짐을 싸는 것이 목표였으나, 사실 1년 살 것을 예상하고 떠나는 길이 그리 가벼울 리가 없었다. 

우쿠와 나의 캐리어 짐 무게는 합쳐서 52.5kg. 발권 담당자는 최대 25kg까지는 봐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넘어 버렸기 때문에 오버 차지를 물어야 한다고 했고, 우린 이미 예상했었기에 차지를 물 각오로 우물쭈물 거리며 돈을 꺼냈다. 그런데 담당자가 워홀을 고려한 것이었는지 이번엔 그냥 붙이겠다고 하여 결국엔 오버 차지도 물지 않고 나리타행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리의 짐은 줄여야만 했다. 이후에도 이 짐 때문에 우리는 몇 번이고 고생하게 된다.



사건번호 no.03 : 깐깐한 일본, 세관 아저씨 같이 왔다니까요!! [2012년 3월 22일, 나리타공항]

일본 입국심사까지 무사히 통과하고 세관을 통과할 때였다. 나는 큰 문제 없이 통과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우쿠가 일본 세관 직원에게 잡혀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가가니 세관 직원은 무조건 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세관 신고서에 주소를 적지 않았기 때문인데(이건 내가 깜박하고 적지 않은걸 우쿠가 그대로 따라 적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다.) 그때부터 이 아저씨는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안다고 한 우쿠를 잡고 한참을 뭐라고 했다. 

내가 다가가서 같이 가는 사람이다, 주소 여기 있다고 알려주려고 해도 무조건 선 밖에서 기다리라는 세관 직원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건네 준 자영와니님네 주소를 세관 신고서에 적고 나서야 우쿠는 통과할 수 있었다. 두 줄로 서는 게 맞는 건 줄 알고 따로 서 있었을 뿐인데, 세관 직원은 다음부터는 같이 서 있으라는 말로 끝까지 기분 상하게 해서 1년 만에 돌아온 일본에 대한 인상을 확 구겨버렸다. 


사건번호 no.04 : 우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2012년 3월 26일,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에서 닛뽀리로 향하는 야마노테센을 타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다. 역 플랫폼에 들어온 전철은 곧 출발하려는 중이었고, 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우쿠가 외쳤다. "타자!!" 나는 그 말을 듣고 쏜살같이 달려서 전철에 올라탔다. 그리고 뒤돌아선 순간, 닫히는 문이 우쿠와 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헉!!

우리에겐 전화기가 없었다. 이대로 헤어지면 어디에서 만날지도 미리 정해두지 않았기에 나는 열심히 손짓으로 다음 역을 외쳤다. "다음 역에서 보자!! 다음 역에서!!" 우쿠도 대충은 알아들은 듯했다. 이케부쿠로 다음 역인 오오츠카역에서 나는 다음 열차가 오기까지를 기다렸다. 곧 다음 열차가 도착했고 우리는 어이없음에 미친듯이 웃었다. 그리고 바로 운 나쁘게 헤어지면 어디에서 만나야 할지를 정했다.



사건번호 no.05 : 나리타로 향하는 가장 싼 방법을 찾아라! [2012년 3월 26일, 닛뽀리]

일본에서 그렇게 살았어도 여행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쿄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나가는 방법으로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저렴한 방법은 케이세이京成선을 타는 거다. 닛포리에서 1,000엔이면 갈 수 있는데 스카이라이너나 나리타 익스프레스에 비해서 시간은 조금 더 걸려도 가격이 많이 저렴하다. 어차피 여유있게 출발했으니까 비싸게 갈 이유는 없단 생각에 느긋하게 탔다. 문득 록본기에서 잃어버린 내 파스모(1,500엔이나 남아 있는;ㅁ;)와 집에 두고 온 스이카(1,500엔이나 들어있는) 생각에 눈물이 찔끔.



사건번호 no.06 : 우리의 짐을 찾아서 [2012년 3월 26일, 나리타공항]

4박 5일간의 일본여행을 위해서 캐리어를 나리타공항 일시보관소에 맡겼다. 가격은 캐리어는 500엔, 그보다 작은건 300엔 정도인데 짐을 찾는 날까지 포함해서 총 5일로 계산한다. 그렇게 물건을 맡기고 5일 후 우리가 나리타를 다시 찾았을 때, 우리의 짐을 맡긴 곳이 어딘지 몰라 헤매기 시작했다. 제 2터미널 1층부터 3층을 왔다갔다하며 담당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이쪽이 아니라 제 1터미널인 듯 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e티켓을 꺼내 확인했다. 인천에서 나리타로 들어올 때는 제1터미널이고 나리타에서 시드니로 향하는 비행기는 제2터미널이라는 사실을. 부랴부랴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1 터미널로 가서 짐을 찾았다. 



사건번호 no.07 :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고 [2012년 3월 26일, 나리타공항]

일본에서 지내는 둘째 날 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크나큰 사실. "콴타스는 수하물 무게 얄짤 없다!!" 아시아나의 경우 25kg까지 봐주고 착한 직원분이 오버 차지도 안 물게 해주셨지만, 콴타스 항공은 절대 그런 배려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깐깐한 일본 땅에서 다시 티켓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 봐줄리 없다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백팩에 들고 있던 짐을 다 빼서 상자 하나에 담아 상미선배에게 부탁하고(이때 뺀 무게도 거의 17kg) 나리타 공항에서 캐리어를 풀어 백팩에 나눠 담아 캐리어의 무게를 23kg에 최대한 맞췄다. 그리고 기내에 반입되는 가방도 7kg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노트북 가방. 노트북 가방도 조금 더 큰 가방에 집어넣고 컴퓨터와 관련된 하드나 케이블 선을 죄다 집어넣었다. 나중에 걸리더라도 우기려고. 

그렇게 해서 드디어 티켓팅을 하러 콴타스 쪽으로 향했다. 큰 문제는 없이 통과되는 듯했다. 캐리어 무게도 적당히 맞아떨어졌고, 그대로 발권한 티켓을 들고 비행기를 타러 가면 될 것 같았던 그 순간, 티켓팅 담당자가 아닌 조금 더 높은 위치로 보이는 아줌마가 우리에게 짐이 많다며 줄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털썩. 



사실 우린 캐리어, 백팩, 노트북 가방 외에도 우쿨렐레 2개, 그리고 삼각대까지 가지고 있었다. 짐의 무게도 무게였지만 개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제재의 이유였는데, 실제로 노트북 가방을 제외한 기내 반입의 가방은 1개였기 때문에 규정치를 오버한 것은 사실이었다. 일단 우쿨렐레는 백팩에 붙이겠다고 하고, 삼각대는 들고 가는 걸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보안 검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들고 와서 수하물로 붙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참고로 오버 차지 시, 금액은 엔화로만 물어야 하는 매우 귀찮은 상황이었다. 물론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는 사용 가능하다.)

떨리는 보안 검사. 나는 문제 없이 통과했고 역시나 우쿠의 삼각대가 문제였다. 삼각대는 길이 60cm가 넘으면 들고 탈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대 직원이 줄자를 꺼내 들었다. 정확히 58.7cm를 기록하며 들고 타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검사대 직원도 우리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짐을 챙기고 비행기로 향했다. 더는 짐으로 벌어지는 사태가 없길 빌고 또 빌었다.

나리타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많이 타봤는데, 반대로 그 외의 나라는 가 본 적이 없어 몰랐는데, 본관에서 무인전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시스템이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비행기 타는 시간보다 2-3시간은 미리 와 있을 것을 강조한다. 특히 뭐가 뭔지 모른다면 말이다.



사건번호 no.08 : 영어를 못하면 짐이라도 가벼워야지 [2012년 3월 27일, 시드니공항]

더는 짐의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시드니공항에서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국내선을 타기 위해서는 수하물을 한 번 더 붙여야 하는데 이때 또 일본에서와 같은 문제가 생길까봐 조마조마했지만, 문제없이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그제야 내려놓고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기 위해 티켓을 확인하고 통로를 향하던 그 순간! 뒤를 돌아보니 우쿠가 승무원에게 붙들려 있었다. 오. 마이. 갓.

무언가 짐을 하나 둘 내려놓는 것이 보였다. 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사실 나 또한 한 짐 하고 있었던 터라 괜히 거꾸로 돌아갔다가 내 짐마저 문제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최대한 벽쪽에 몸을 밀착시켜 짐이 없어 보이게 한 후 우쿠를 지켜보고 있었다. 대략 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실랑이(?)가 오고 가고 우쿠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가온 그의 손엔 노트북 가방 하나밖에 없었다.

이유인즉슨 승무원이 백팩이 너무 커서(삼각대와 우쿨렐레까지 달려있는) 기내에 싣는 것 보단 밑에 수하물 칸에 따로 실어주겠다고 배려를 해 준 것인데 영어를 제대로 못 하는 상태에서 짐에 대한 두려움 거기에 당황함이 절충되어 우쿠는 그녀의 배려를 "오버 차지 내고 타!"로 오해했던 것이었다. 어쨌든 길고 긴 대화의 끝에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우쿠는 짐을 그녀에게 맡겼고, 기내에 올라타자마자 긴장감이 풀어져 우리는 맥이 탁 풀려버렸다. 



약 1시간 30분의 비행기 끝나고 브리즈번 공항에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그리고 문제의 짐들도 무사히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사실 우리의 에피소드는 이것 말고도 많지만, 그 이야기를 다 풀어 낼려면 이 포스팅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호주에 도착했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는 거.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 웃음 짓게도 만든다. 브리즈번! 즐겁게 지내보자!!




※참고하면 좋을 사이트 안내

아시아나 수하물 규정 : http://flyasiana.com/service/baggage/baggage02.asp 
콴타스수하물 규정 : http://www.qantas.com.au/travel/airlines/checked-baggage/global/en
나리타공항 싸게 가기 : http://blog.naver.com/byhwa11?Redirect=Log&logNo=20149792743
나리타공항 수하물 일시보관소 : http://www.narita-airport.jp/kr/guide/service/list/svc_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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